태풍 '종다리' 日열도 횡단…24명 부상·니가타선 39.5도 폭염

이례적으로 이전과 반대 방향 이동…30일 동중국해로 빠져나갈 듯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29일 일본 열도를 횡단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정전과 항공기 결항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 쪽에서 일본 열도로 접근하던 태풍은 이날 새벽 1시께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 상륙한 뒤 서쪽 규슈(九州) 쪽으로 진행하며 곳곳에 피해를 남기고 있다.

통상 일본에 오는 태풍은 서남부에서 동북부 쪽으로 이동하지만, 이번 태풍은 이례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후쿠오카(福岡)현 구루메(久留米)시 부근에서 시속 30㎞의 속도로 서남서쪽으로 이동 중이다.중심 기압은 992h㎩(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초속) 18m, 최대 순간풍속 초속 25m로 이날 세력이 약화하긴 했지만, 중심의 북서쪽 330㎞ 이내와 남동쪽 220㎞ 이내에서 풍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다.

서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이날 새벽 나라(奈良)현 사쿠라이(櫻井)시에서 시간당 120㎜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비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30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시코쿠(四國)와 규슈 지역에 20㎜, 도카이(東海)지역에 150㎜, 주고쿠(中國) 지역에 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이날 오후 6시 NHK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이치(愛知)현, 미에(三重)현 등에서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아직 사망자나 행방불명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풍은 30일까지 규슈 북부를 통해 동중국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도가 늦춰지며 더 오래 일본 열도에서 머물 가능성도 있다.

방재 당국은 폭풍이나 토사 재해, 하천의 범람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29일 오후 4시 현재 179편의 항공기가 결항됐으며 신칸센(新幹線) 등 철도편도 운행 중단이나 지연이 잇따랐다.

또 아이치(愛知)·기후(岐阜)·미에·나가노(長野)현에서 5만6천여 가구가 정전되는 등 각지에서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태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오사카(大阪), 히로시마(廣島) 등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번 태풍은 당초 폭염을 완화시켜줄 '효자 태풍'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태풍이 지나간 일부 지역에는 푄 현상(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며 오히려 폭염이 쏟아졌다.

폭염은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도호쿠(東北) 지역 중 동해 인근 지역에 집중됐다.

니가타(新潟)현 조에쓰(上越)시와 산조(三條)시는 낮 최고기온이 39.5도를 기록해 해당 지역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했다.

아키타(秋田)현에서도 37도를 넘는 지역이 여럿 나왔고,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에서도 히가시카와초(東川町) 35.7도 등 35도를 넘는 곳이 속출했다.기상청은 이들 지역의 고온 현상과 관련해 태풍이 통과하면서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된데다 비온 뒤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가 산악지역을 넘어서 불어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