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정치자금법 개정 논의 주목

14년째 후원한도액 그대로…"가난한 정치인 옥죄는 악법"
특활비 논란에 여론은 시큰둥…여야, 개정 논의 신중모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현행 정치자금법의 맹점에 이목이 쏠리면서 국회가 정치자금법 개정에 나설지 주목된다.지금의 정치자금법은 정치권과 이권·금권의 결탁을 차단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가난한 정치인을 옥죄는 동시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현실에 맞게 법 내용 일부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현 정치자금법은 14년 전인 2004년 개정됐다.2002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차떼기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발의하며 입법을 주도했다.

후원 한도를 1년에 1억5천만원으로 하고,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또, 법인과 단체의 후원은 금지되고 개인 후원금은 5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후 정치자금의 덫에 걸려 의원직을 잃거나 수사·재판을 받은 의원들이 속출했다.

20대 국회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이미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만 10건에 달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에 후원금액 한도가 너무 낮다는 불평은 지속해서 터져 나왔다.게다가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 대통령 후보·예비후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등에 그쳐 원외 정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늘 제기됐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정치인은 물론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었다.

특히 최근 불투명한 비용 집행 등 국회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드러나, 어쩌면 현실에 맞지 않은 정치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라는 논리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서도 속칭 '국민정서법'이 이에 동의할는지는 미지수이다.

여야 정치권도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고 당분간 예의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노회찬 의원의 별세로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경우 자칫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자금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적 동의가 필요해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개정 목소리도 있는 만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면 선거법,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정치자금법 보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정개특위에서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치자금 후원 한도를 늘리자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도 여전히 많을 것"이라며 "법 개정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위해서는 사회적 숙고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치자금법 개정 요구는 돈을 걷는 구조, 쓰임의 용도, 한도 등 폭넓고 다양하다"며 "아직 법 개정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