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수사권 조정안, 각론은 손볼 부분 있어"

취임 기자간담회…"현장 경찰관들에 필요 이상 부담 주는 내용 있다"
박종철 부친 조문…"속죄하는 마음으로 갔다"
최근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찰 입장이 입법에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민 청장은 30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은 정부 조정안이 되겠지만, 구체적 내용으로 가면 경찰로서는 손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며 "현장 경찰관들에게 필요 이상 부담을 주는 내용들이 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는데 사건을 경찰이 자체종결해도 수사기록 등본을 제출하라고 한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개인당 수십건씩 사건을 갖고 있는데 수사기록을 복사하는 것은 엄두가 안 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징계요구권은 현재 국가공무원법이나 공무원 징계령 등에 다 들어가 있어 굳이 형사소송법에 표시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민 청장은 경찰청 차장이던 지난 6월15일 전임자인 이철성 청장을 이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24일 취임했다.

그는 "30년간 경찰로 생활하면서 '경찰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왜 국민은 인정해주지 않나'가 가장 고민이었다"며 "청문회 준비 기간 고민하고 많은 제언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가다듬게 됐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더는 주먹구구라는 말을 듣지 않고 과학적·체계적으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해 '스마트 치안'을 제시했다"며 "국민이 경찰을 인정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 과정에서의 소홀함이라고 생각해 '절차적 정의'도 내세웠다"고 밝혔다.그는 "이런 것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 경찰관들이 직접 해내는 것"이라며 "이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현장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경찰 조직이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여성 대상 범죄 대응을 총괄할 전담 추진기구 설치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추진하다 보니 업무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어 종합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경찰청 자체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을 리모델링하는 것이고, 현장 조직은 큰 변화 없이 운영 측면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청장은 지난 28일 고(故)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별세 소식을 듣고 당일 오후 부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그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갔다.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갔는데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며 "원망하셔도 내가 다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고맙다고 하셔서 오히려 내 마음이 큰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