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찬반 엇갈려…"경영참여 기준 명확히 해야"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기금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30일 의결했다.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던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특별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토록 해 관련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한적 경영참여라도 사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과 견제장치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경영참여를 위한 특별 상황에 대해서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한다데는 의견이 모아졌다.◆'경영참여' 찬반이견 팽팽…"헌법정신 위배" vs "긍정 평가"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장관이 위원장에 차관이 4명, 국민연금 이사장이 들어가고 위원들은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구조"라며 "이번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에 포함된 제한적 경영참여는 사실상 정부가 사영기업 경영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과 그 산하 위원회들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정상적인 운용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혹평했다.그는 "다른 나라의 연기금들을 보면 정부에서 연기금이 독립하지 못한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인데, 일본은 현재 6대 연기금 중 수익성이 꼴찌, 우리나라는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꼬집었다. 이어 "독립성이 보장돼야 수익성을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이고 수익성에 맞는 경영참여를 할텐데, 지금은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법적 책임 주체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위임과 관련해서도 "국민연금은 635조원 짜리 대고객인데 운용사가 실은 위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경영참여를 결정하지 못한다"며 "모든 것의 출발은 국민연금의 독립이며 이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관은 독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경영참여 확대 찬성 측에서는 이번 도입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식 도입했다는 점을 환영한다"며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의결권 행사를 전면 도입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제한적이나마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경영권을 방어하고 싶은 기업 측의 논리"라며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에 문제가 됐던 대한항공의 경우 국민연금이 2대 주주임에도 경영참여를 하지 못할 경우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고 계속 수렁에 빠지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도 떨어지는 구조"라며 "경영참여가 경영진 교체 등 극단적인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더라도 경영진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케하는 자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경영참여 가능한 '특별 상황' 조건 명시해야"

양측은 특별한 상황에 한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경영참여 주주권을 시행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 그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모았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부작용 없이 연착륙 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특별한 상황'의 조건에 대한 명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특별한 상황의 의결 조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명세되어야 기업이 방어책을 구상하고 대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이 사무국장 역시 "특별함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논쟁점이 있을 수 있다"며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향후 과제는 일부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