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만족도 높은데… 현실 반영 못하는 '의료 영리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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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혈압·혈당 측정 등의사가 전화나 문자 상담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해주는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호평받고 있다. 환자들의 혈압과 혈당 관리가 훨씬 좋아졌고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늘어나 반기는 분위기다. 여당과 시민단체, 일부 의료계 등에서 제기하는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는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만성질환관리에 높은 점수
전문가들 "소모적 논쟁 대신
국민건강 증진에 초점 맞춰야"
3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에 참여한 만성질환자들은 혈압과 혈당 조절률이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서비스 6개월 후 혈압 조절률은 76.5%에서 90.3%로 13.8%포인트 높아졌다. 공복혈당 조절률은 59.6%에서 68.8%로 9.2%포인트 향상됐다. 환자들의 시범서비스 만족도는 91.3점(100점 만점)으로 높았다.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 9월부터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통해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환자가 주 1회 이상 혈압과 혈당 측정값을 의사에게 보내면 의사가 문자나 전화로 건강 관리 계획을 세워주고 약물 복용, 생활습관 등을 상담해준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1172곳, 만성질환자 4만8568명이 참여 중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들도 원격의료에 긍정적이다. 대면진료에 원격의료를 접목하는 것이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 잠실의 한 개원의는 “환자와 정기적으로 연락해 친밀감이 높아져 치료 효과가 향상됐다”며 “혈압, 혈당뿐 아니라 건강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언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좋아한다”고 했다.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군인과 도서 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6년 복지부를 포함한 6개 부처가 벌인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관한 평가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서 원격 관리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당화혈색소, 혈당, 혈압 감소폭이 컸다. 도서 벽지 주민의 88.9%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복약 순응도도 서비스 이전보다 5% 높아졌다.
의료계에서는 소모적인 논쟁 대신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데 원격의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최근 원격의료를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여권은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 원격의료가 의료 영리화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