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내놓을 큰 그림… "삼성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

내달 6일께 평택 반도체 공장서 김동연 부총리와 만나 간담회

"인공지능·빅데이터·5G 통신 등 미래 먹거리 투자가 주내용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만나 국내 일자리 창출을 부탁함에 따라 재계 안팎에선 삼성그룹이 내놓을 구체적인 투자와 고용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삼성 등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다음달 6일 삼성전자의 한 사업장에서 현장소통 간담회를 하는 방안을 삼성 측과 협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부총리와 간담회를 한 LG그룹(2018년 19조원 투자·1만 명 고용)과 현대자동차그룹(5년간 23조원 투자·4만5000명 고용), SK그룹(3년간 80조원 투자·2만8000명 고용)이 모두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안팎엔 재계 1위인 삼성전자가 다른 대기업의 계획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퍼져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경영진은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한정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은 반도체, 휴대폰, TV, 디스플레이 등 현재 주력 사업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장소는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임박한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투자 규모는 내부 계획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근 2년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큰 차질을 빚은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어서다. 1, 2차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과 산학협력 방안도 중장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실물 경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중장기 고용 계획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아우르는 투자 계획이나 사회공헌 계획 발표도 계열사 독립경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과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자칫 시장 논리로 결정해야 할 투자와 고용 전략에 정치 변수가 끼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