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 기회" 돈 몰리는 베트남 펀드

3개월간 평균 10% 이상 손실 났는데…

1분기 수익률 15% 넘었지만 2분기엔 '해외펀드 꼴찌'

VN지수 급락에도 성장성 베팅
3개월간 492억원 들어와
IPO 펀드도 잇따라 출시
해외 펀드 중 수익률 ‘꼴찌’인 베트남 펀드에 돈이 점점 더 몰리고 있다. 지난 3개월간 평균 10% 이상 손실을 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펀드 환매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넣고 있다.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의 급락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펀더멘털 이상 없다”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베트남 펀드에는 6532억원(7월27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전체 해외 펀드 순유입액이 6815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95%가 베트남 펀드에 몰린 셈이다. 최근엔 설정액 규모가 1조3358억원까지 불어나 미국(9962억원)을 제치고 중국(7조3116억원) 다음으로 큰 해외 펀드가 됐다.

수익률은 정반대다. 1분기까지만 해도 15%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 펀드 중 1위를 달렸지만,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은 -7.86%로 꼴찌다. 베트남 VN지수가 4월 고점 대비 약 20% 급락한 영향이다.

잘나가던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면 환매 신청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베트남 펀드에는 최근 석 달간 492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같은 기간 비슷하게 주가가 많이 하락한 중국(-1156억원), 인도(-682억원) 등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베트남 관광을 다녀온 뒤 발전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 투자를 결심한 이들이 많다”며 “성장성을 믿고 장기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주가 하락에도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VN지수의 하락은 정부의 주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이 크다”며 “올해 상반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로 정부 목표치였던 6.7%를 뛰어넘는 등 제조업 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이 벌어진 지난 4월 21배에 달했던 VN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현재 16.3배까지 내려왔다는 점도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지수대는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할 만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 베트남 고배당 IPO 펀드 출시자산운용사들은 베트남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베트남 고배당주와 공모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베트남 고배당 IPO 펀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고배당주에 투자해 변동성을 낮추고 높은 배당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별한 투자군의 배당수익률은 7.22%에 달한다. 베트남의 우량 국영기업이나 민영기업이 IPO를 할 때 투자한 뒤 상장 이후 매각해 차익을 얻는 전략도 병행한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IPO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고 경제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2020년까지 총 137개 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베트남 IPO 펀드는 그간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활발히 출시됐다. 베트남 특화 운용사인 피데스자산운용이 선두 주자다. 투자 기회가 늘고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공모펀드도 잇따라 출시되는 추세다. 유리자산운용이 공모펀드로는 최초로 베트남 공모주에 투자하는 ‘유리베트남공모주펀드’를 지난해 2월 내놨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1월 ‘한국투자베트남IPO펀드’를 출시했다.

최만수/마지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