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의 용산 상가 '부활 프로젝트'

홍봉철 회장 "로봇 메카로"

"쇠락하는 용산 전자상가 신기술 경연장으로 활성화"
내달 로봇페스티벌 개최

올해 30주년 공격경영 내걸어
매장 리뉴얼…매출 1조 목표
홍봉철 전자랜드(법인명 에스와이에스리테일) 회장(사진)은 1988년 서울 용산에 국내 최초로 가전 양판점을 열었다. 용산 전자상가가 막 조성될 때였다. 그로부터 30년 뒤 전자랜드를 연매출 6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전국에 116개 매장을 열었다.

그런 홍 회장에게도 늘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한때 전자제품의 ‘성지’였던 용산 전자상가가 지금은 쇠락한 채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용산 전자상가가 부활하는 데 전자랜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용산 전자랜드를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 보고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용산 로봇 페스티벌 열어

홍 회장은 최근 사내 경영전략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용산을 로봇 신유통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로봇 전시와 시연, 교육, 판매를 위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용산 내 다른 전자상가들과 협력해 용산을 로봇 유통의 중심지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홍 회장 지시로 ‘용산 살리기’ 첫 행사가 기획됐다. 용산 전자랜드는 다음달 17~26일 ‘용산 로봇 페스티벌’을 연다. 서울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다.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 1000㎡(약 300평) 규모의 공간을 국내 15개 로봇 업체에 무료로 내줄 예정이다. 퓨처로봇, 원더풀플랫폼, 유진로봇, 로보링크 등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참여한다. 전자랜드는 행사 후에도 공간을 철거하지 않고, 상시 판매가 가능하도록 기회를 줄 예정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나진상가, 원효상가, 선인상가 등 용산 내 다른 주요 전자상가와 용산 부흥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고려제강 창업자인 홍종열 명예회장의 4남이다. 홍호정 고려특수선재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홍민철 고려용접봉 회장 등 세 명의 형이 가업을 물려받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것과 달리 홍 회장은 34세 때 창업을 결심했다.

◆올해 매출목표 1조원

전자랜드는 올해 창립 30년을 맞아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세웠다. 매출 목표를 전년(5890억원) 대비 70% 많은 1조원으로 잡았다.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36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은 훨씬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근거는 ‘혁신 매장’과 가전 판매 증가다.전자랜드는 작년부터 대대적인 매장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올 들어서만 20여 개 점포를 ‘파워센터’란 이름의 혁신 매장으로 바꿨다. 파워센터는 매장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청소기 등 가전 상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한 전자랜드의 신개념 매장이다. “파워센터 매장은 매출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사업 환경도 좋다. 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통상 5~6월 정점을 찍는 에어컨 매출이 올해는 7월에도 늘고 있다. 주문이 늘어 본사 직원들까지 에어컨 배송, 설치 업무에 투입했다. 여기에 TV 판매가 최근 큰 폭으로 늘었고,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등 환경 생활가전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