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역전쟁서 지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도널드 러스킨 < 트렌드 매크로리틱스 LLC 최고투자책임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지난 22일 기자회견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드러냈다. 트럼프와 융커가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특정 국가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 그들은 그 국가가 어딘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미국과 EU는 이 발표 이전에도 합심해서 ‘보호무역주의 관행을 멈추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응해 곧바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초반엔 강경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백기를 들 것이란 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중국은 지난 1월 이후 주가가 25%가량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도 떨어졌다. 중국 기업의 채권 역시 상반기에 역대 최고의 부도율을 기록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부채 상환을 유예받거나 새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자본유출 걱정하는 중국

통화가치 절하는 무역전쟁의 기본적인 무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위안화 가치 절하는 중국이 보유한 1조40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쏟아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상황에선 더욱 위협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았다. 선의로 자제한 게 아니고 외국 투자자 이탈 위험 때문에 못한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자본주의 모델로 경기 후퇴를 경험한 적이 없는 중국으로서는 대규모 자본 이탈이 일어나면 지금까지 누적돼온 경제 위험이 한 번에 폭발할 우려가 있다.올해 들어 중국이 각종 금융 완화정책을 썼음에도 경제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생산시설과 부동산 과잉 투자로 인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업률이 4.3%를 넘긴 적이 없는 중국으로서는 불황으로 대량 실업 사태 등이 발생하면 사회 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위협이다.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경우엔 금융위기도 우려된다. 중국 정부가 2015년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을 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나 줄었다.

中, 경기 후퇴 우려 높아져중국 인민은행은 명백히 통화 전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을 마련했으며, 일부 산업부문의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해 글로벌 투자자 이탈을 막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은 실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술 많이 마시기 게임과 비슷한 자해행위를 하면서 누가 더 버티느냐의 싸움이다.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 자유화 흐름은 시장 참여자들이 더 잘살 수 있게 되는 ‘포지티브 게임’이라는 점을 잘 되새겨야 한다. 중국이 통상분쟁에서 패한 결과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와 상품을 받아들이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해 외국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게 된다면 이는 긍정적이다.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이 글은 도널드 러스킨 트렌드매크로리틱스LLC 최고투자책임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 ‘China Is Losing the Trade War With Trump’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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