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양산… '그래핀 정수기' 곧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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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가 반한 스탠다드그래핀 기술력“그 자전거 무게가 대체 몇 ㎏이에요?” 올여름 이정훈 스탠다드그래핀 대표(45)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날이면 하루에도 서너 번씩 같은 질문을 받았다. 자전거로 오르기 힘든 계단만 만나면 그가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들어 올려서다. 타이어까지 다 합쳐도 무게가 5.5㎏밖에 안 된다. 미국 자전거제조사 트렉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자전거’로 내놓은 로드자전거(모델명 올뉴에몬다)의 무게(5.8~5.9㎏)보다 가볍다.
양산기술 확보한 이정훈 대표
"그래핀으로 세상 바꿀 것"
울산에 年1.1t 공장도 갖춰
비밀은 ‘그래핀’에 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탄소원자를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배열한 신소재다. 이 대표는 “자전거 프레임을 만든 탄소섬유에 1g 이하의 그래핀을 섞었을 뿐인데도 강도가 올라가 더 적은 양의 탄소섬유로 충분히 단단한 자전거 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그래핀은 하반기에 그래핀을 섞은 숯 필터에 물을 통과시키면 저절로 정화되는 정수기를 내놓을 계획이다.◆‘꿈의 소재’ 최초로 양산
스탠다드그래핀은 이 대표가 2012년 설립한 그래핀 양산 전문 기업이다. 그래핀은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한다. 열전도성도 우수해 그래핀을 처음 분리해 낸 안드레이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등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그래핀을 제품화한 기업은 거의 없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가 만든 그래핀은 이론상 성질을 약 50%까지 구현한다”며 “경쟁사 중 그래핀의 물리적인 성질을 10% 이상 구현한 곳은 아직 없다”고 단언했다. 스탠다드그래핀은 연 1.1t의 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울산 공장에 갖췄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이 회사의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데 이어 고문을 맡고 있다.
그래핀을 양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극비’라고 했다. 이 대표는 “6년 동안 연구한 끝에 고품질 그래핀을 얻어낼 수 있는 온도와 반응시간 등을 알아냈다”며 “같은 제조법을 써도 결과가 들쭉날쭉일 만큼 제조공정이 민감해 자세한 노하우는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특허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내 그래핀 정수기 내놓을 계획
스탠다드그래핀은 연내 그래핀 정수기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전기를 쓸 필요 없이 그래핀을 섞은 숯 필터에 물을 통과시키면 저절로 정화되는 정수기다. 오염물질뿐 아니라 세균도 걸러낸다. 그래핀은 1g만으로 축구장 면적의 75%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표면적이 넓어 오염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서다. 이 대표는 “정수 시설이 뒤떨어진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래핀을 활용한 방열판 사업도 검토 중이다. 스탠다드그래핀은 LED(발광다이오드) 온도를 낮추는 데 쓰는 알루미늄 방열판에 그래핀을 섞어 코팅한 결과 방열판 온도가 80도에서 60도로 낮아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열이 잘 발산하기 때문이다. LED는 물론 엔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응용할 수 있다.
2차전지 음극재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자체 실험 결과 2차전지의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에 그래핀을 섞었더니 배터리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68년 상용화된 플라스틱이 일상생활을 바꿨듯이 그래핀이 21세기 산업을 바꾸는 신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