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내년 스마트폰 G·V 브랜드 통합"

'알파 프로젝트' 본격 가동

새 브랜드로 부진탈출 '시동'
조성진표 '모듈화 전략' 강화
"제품 하나로 여러 제품 파생
완성도·생산 효율 높일 것"
LG전자가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전략 스마트폰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한다. G시리즈와 V시리즈로 나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하나로 통합해 플래그십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연이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G·V 대신 새로운 브랜드 도입
31일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선보이는 전략 스마트폰에 G, V가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최근 마케팅 부서는 물론 일반 개발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 스마트폰에 그동안 강조해온 오디오,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기본인 ‘ABCD’는 물론 고급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에서 프로젝트명도 ‘알파(α)’라고 붙였다.

LG전자는 2012년 ‘옵티머스 G’를 시작으로 지난 5월 ‘LG G7 씽큐(ThinQ)’까지 1년에 한 차례씩 G 시리즈를 선보였다. 2015년부터는 멀티미디어 기능에 특화한 V 시리즈를 매년 내놨다. 2015년부터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V 시리즈 등 연간 두 차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 G7 씽큐를 출시했고 오는 10월께 V40을 내놓을 예정이다.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전자쇼 ‘CES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브랜드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도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브랜드 통합) 계획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G와 V라는 브랜드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걸 바꾸는 것은 확신이 서고 충분한 준비가 있을 때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마트폰 ‘모듈화 전략’ 도입

LG전자가 브랜드 통합에 나서는 것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MC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2조723억원의 매출에 18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스마트폰 매출은 줄고 전략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영업손실이 1분기(1361억원)보다 늘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전략 스마트폰을 하나로 줄일 경우 연구개발 비용과 부품 공급 단가를 끌어내려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새로운 외형과 기술 등을 가장 먼저 도입하기 때문에 막대한 개발 비용이 투입된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놓고 부품과 성능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V 시리즈가 처음 나올 때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차별화했지만 V30과 G7 씽큐는 디스플레이 종류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1년에 두 차례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는 삼성전자는 하반기 제품인 갤럭시노트의 S펜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LG전자는 올해 들어 스마트폰에서 ‘모듈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조 부회장이 가전제품에 처음 도입한 모듈화 전략은 잘 만든 제품 하나로 여러 제품을 파생시켜 완성도와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난해 출시한 V30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V30S 씽큐와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램 용량을 늘린 V35 씽큐를 내놓은 게 이 같은 사례다. 내년부터는 모듈화 전략을 강화해 연 1회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기능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파생 제품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