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가맹점 30만곳에 수수료율 잘못 안내한 여신協

어제부터 새 수수료율 적용
영세·중소 가맹점 우왕좌왕
수수료 인하 논쟁 와중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 저질러

정지은 금융부 기자
여신금융협회가 올 하반기 영세·중소 가맹점 선정에 따른 우대 수수료율 변경 안내문을 잘못 발송해 가맹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1.3%)을 적용받아야 하는데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0.8%) 적용 대상이라고 하거나, 영세 가맹점인데도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라는 식으로 우편물을 잘못 보낸 것이다. 이런 ‘황당한’ 우편물을 받은 영세·중소 가맹점은 30만 곳에 달한다.

보통 여신금융협회는 반기마다 연매출 변동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분류가 달라져 수수료율이 변경되는 가맹점에 우편물을 보내 변경사항을 알린다. 영세 가맹점에 속하느냐 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른 수수료율 차이가 0.5%포인트에 달해 결코 작지 않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1.3%를,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0.8%를 내도록 돼 있다. 연매출이 줄어 중소 가맹점에서 영세 가맹점이 된 가맹점주라면 수수료율 한 푼이 아쉬울 수 있다. 수수료율 0.8%를 적용받아야 하는데 1.3%를 내라는 통보를 받은 가맹점주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여신금융협회 측은 “평소처럼 대상자 명단을 뽑아 발송 전담 업체에 전달했는데 해당 업체가 인쇄물을 뽑아 우편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는 늦어도 2일까지는 정정한 안내문을 전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수수료율은 당장 31일부터 적용됐다. 결국 제때 안내받지 못하는 가맹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는 31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불철주야 생업에 매진하고 계신 가맹점주 여러분께 불편과 혼란을 끼쳐 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렇지만 이미 상당수 가맹점은 잘못된 통보물을 받고 혼란을 겪었다. 단순히 우편물만 다시 보낼 게 아니라 가맹점에 일일이 전화하는 식의 ‘외양간 고치기’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에선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가맹점과 카드업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와중인 것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실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수료율에 민감한 가맹점이 많은데 분위기만 더 악화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