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팔 비틀기 아니다… 투자 주체는 기업, 정부는 측면 지원"

고려대서 '혁신성장' 간담회

"삼성측에 '투자 SOS'?
혁신성장 위해 어려움 듣고 어떤 도움 줄지 얘기할 것"
6일 삼성전자 방문 앞두고 대기업에 '투자 압박' 부인

"기업發 창업 활성화 중요…예산·세제 등 적극 지원"
문 대통령과 월례보고서도 '기업과의 소통' 칭찬 받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산학관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지원 카라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6일 삼성전자 방문 계획과 관련해 “혁신성장을 하는 데 애로가 있다면 정부가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을지 얘기할 것”이라고 1일 말했다. 일각에서 ‘투자 침체로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삼성전자 팔이라도 비틀려고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발언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양대축으로 끌어올리면서 줄곧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혁신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LG그룹과 첫 소통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이번에 삼성전자까지 대기업그룹과 다섯 번째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삼성에 투자 SOS 사실 아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안암동에서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이 삼성에 투자 SOS 요청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앞서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최근 투자 부진 해소를 위해 삼성 측에 대규모 투자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부총리는 삼성 측과 만나 혁신성장의 파트너로서 어떤 생태계 조성을 지원해줄 수 있을지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영 과정에서 부딪히는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가 풀어야 하는 규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듣겠다고 덧붙였다.그는 “지금까지 갔던 대기업 중 어디에도 투자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투자는 기업 스스로의 판단과 영업 목적에 맞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종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문 기업마다 투자 보따리

‘정부가 대기업 팔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지난해 말부터 김 부총리와 간담회를 한 대기업들이 만남 직후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김 부총리가 대기업 중 처음 찾아간 LG그룹은 간담회 후 “2018년 19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약 1만 명의 신규 채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그룹(1월), SK그룹(3월), 신세계그룹(6월)도 마찬가지로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밝혔다.그러나 김 부총리와 첫 간담회를 했던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이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첫 간담회에 참석해 제시했던 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한 것일 뿐이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LG그룹이 다소 구체화된 투자 계획을 내놓자 정서상 다른 기업들도 비슷하게 따라간 것 같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정부가 방향 안 정해”

김 부총리가 지난해 하반기 혁신성장을 부각하면서 했던 발언들을 봐도 ‘기업 옥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부처 안팎의 시각이다. 김 부총리는 작년 8월 혁신성장과 관련, 첫 방문지였던 서울 역삼동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타운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방향을 정하는 방식 대신 생태계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이어 9월 관계장관 합동으로 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찾은 자리에선 “기업발(發) 창업 활성화가 혁신성장에 중요하다”며 “정부는 예산, 세제 등으로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과 관련해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 기재부 혁신성장본부를 방문했을 때도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민간이 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년여간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며, 정부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했다는 평가다.

부총리의 기업소통, 문 대통령도 장려

일각에선 김 부총리가 대기업만 만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1년여간 약 40차례의 혁신성장 관련 현장방문 가운데 대기업을 찾은 것은 네 번에 불과하다. 그는 줄곧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만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가 올 6월 대통령 월례보고 때 신세계그룹 방문 내용을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적극 장려하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나도) 준공식·기공식 등 격려가 필요한 곳을 방문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재계 관계자는 “주변 시선에 부총리가 곤혹스럽더라도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기업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하면 결국 오해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