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힐링 승마 등 馬 콘텐츠 늘릴 것… 렛츠런파크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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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마사회“한국마사회가 지금의 이미지를 갖게 된 건 결국 우리 탓이 큽니다. 마사회는 ‘공기업’입니다. 국민을 위해 우리가 공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변화하겠습니다.”
조직 이미지 개선에 사활
2020년까지 1948억원 투자
슈퍼콘서트·직거래 장터 열어
가족 단위 방문객 늘릴 것
미래 먹거리는
90년 역사의 경마…승마는 걸음마
국민 레저문화 관광 육성 위해
승마 강사·馬생산 농가 지원 확대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본관 접견실에서 만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60·사진)은 첫마디부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마사회는 경마 외에도 승마, 말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으면서도 ‘마사회=경마=도박’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취임 7개월째인 김 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조직의 이미지 개선을 외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건전한 경마를 육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김 회장은 중요 업무개선 방향으로 ‘과몰입 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마사회 매출이 경마에서 승마 등 말산업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마사회의 움직임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김 회장이 취임 직후 발표한 6대 혁신 과제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마사회는 2020년까지 3년간 1948억원을 투자해 이런 청사진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예술학 박사인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마사회 공간 전체를 개방해 ‘테마파크’ 분위기를 연출하겠다고 밝혔다. ‘2030 슈퍼콘서트’ 등을 열어 가족 단위 내장객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힐링 승마(승마를 통한 재활 치료)’가 가능한 승마 파크 등을 수도권에 조성해 ‘국민을 찾아가는 마사회’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말산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기존 3개 지역본부를 2개 지역본부로, 20개 실처, 14개 부속기관, 4개 권역본부를 21개 실처, 11개 부속기관으로 슬림화해 주요 사업에 대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업무 효율성도 높였다. 또 큰 슬로건을 정하고 마사회가 가야 할 길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6개 혁신 과제 중 말산업 육성·선도가 눈에 띈다.
“그동안 마사회는 말산업을 담당하면서도 인프라 구축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새롭게 말산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내 임기 내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로드맵을 이용해 앞으로 어떻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차기 회장이 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마사회를 생각하면 사행시설을 떠올리는 등 이미지가 좋지 않다. 경마뿐 아니라 말산업에도 전념하고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과몰입 방지를 강조하는 건 모순 아닌가.
“마사회의 경마 관련 매출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줄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또 마사회는 공공기관이고 우리는 8조원 이상의 매출을 못 올리게 돼 있다. 과몰입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매출은 올라가겠지만, 그런 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걸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익 중심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독센터를 설치하면 직원이 투입되고 사무실 운영비가 발생한다. 사회는 사회대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경마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믿을 만한 미래 사업이 있는가.“말은 경마와 승용마 두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관상용 말도 있는 등 다양하다. 경마는 90년째 지속되고 있고, 시스템에 의해 어느 정도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승마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경마는 이미 성장했고 승마에 힘을 쏟아 국민 레저 문화 관광 등으로 육성하는 게 우리의 미래 사업이다. 얼핏 보면 승마가 말산업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승마 인구가 늘어나고 그 수요를 소화하려면 승마 강사와 교관이 필요하다. 결국 1차 산업인 말 육성에서부터 일자리 창출이 되고 말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 말 생산 농가가 도움을 받고 말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서 경제효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승용마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운 건 결국 승마에 대한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국민이 승마에 접근하기 편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공헌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달이면 전체적으로 큰 부분의 그림이 나온다. 곧 발표할 예정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웃음). 하나만 얘기하자면 ‘힐링 승마’가 있다. 힐링 승마는 정신노동을 하는 공무원들이나 재활이 필요한 소방관 등을 상대로 시범적으로 할 생각이다. 승마를 이용한 ‘힐링의 메카’를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터 선정은 이미 마쳤고 10월 안에 매입을 끝내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매년 사회공헌기금으로 150억~170억원 정도를 썼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장외발매소 민원이 생기고 그 민원을 해결하는 데 돈이 투입됐다. 이를 국민은 사회공헌으로 보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돈을 아껴 힐링 승마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지시했다. 2020년까지 마사회를 제외하곤 누구도 할 수 없는 사회공헌사업을 하려 한다.”
▷혁신 과제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우리 마사회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그럼에도 마사회라고 하면 ‘경마장’이 먼저 떠올라 부모들도 애들을 데려가면 안 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벚꽃길 등 걷고 싶은 산책로를 많이 조성해놨다. 가을에는 2030 슈퍼콘서트가 있고 제주에 있는 우리 목장은 5대 관광상품 중 하나다. 경마는 토·일 이틀만 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마 시설은 비어 있다. 현재 국민에게 개방해 마사회 안에서 농민들이 시장을 열고 있고, 이젠 제법 인기 있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관광 레저를 겸비한 테마파크’로 만들겠다. 국민께서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프로필 ▷1957년 출생 ▷1975년 천안농고 졸업 ▷1995~2002년 제4·5대 서울특별시 의원 ▷1995~2005년 (주)영구아트무비 대표 ▷2001년 서경대 철학과 졸업 ▷2004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 ▷2012년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 박사 ▷2016~2017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문화예술관광학과 초빙교수 ▷2018년~현재 한국마사회장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