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방석 등 시원한 여름제품 多 있지요"

BIZ Success Story

고오수 형제상사 대표
왕골돗자리 등 여름용품 수천종
겨울엔 온열매트 등 100여종 취급
하자 있으면 가차없이 반품 처리

해외까지 입소문…美·日 등 수출
10년 새 매장·창고 3배로 커져
고오수 형제상사 대표가 경기 광명시 본사에서 여름 성수기를 맞은 왕골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왕골은 왕골사초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높이는 60~200㎝이다. 쪼갠 줄기를 건조해 자리·방석·모자 등을 만든다. 강화도 화문석은 민속공예품으로 유명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실린 왕골에 관한 내용이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 있는 형제상사(대표 고오수·61)에 들어서면 왕골돗자리, 왕골베개, 대나무 방석, 죽부인, 카우보이 밀짚모자 등 시원한 여름상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골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이 회사는 대나무제품과 왕골제품 등을 유통하는 전문업체다. 여름철이 성수기다.
고오수 대표는 인터뷰 중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떴다. “바이어의 트럭이 들어와 급히 물건을 실어야 한다”며 땀을 흘리면서 제품을 날랐다. “우리가 취급하는 여름용품은 대부분 대나무와 왕골제품입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지만 규격별로 나누면 수천 종에 이를 겁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있고 중국이나 베트남에 의뢰해서 제조한 것도 있습니다.”

이 회사는 3개 동 약 1600㎡의 매장 겸 창고에 이들 제품을 쌓아놓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소매상을 상대로 판다. 묶음 단위다. 고 대표는 “미국 일본 호주에서 찾아오는 동포무역상들도 있다”고 말했다. 왕골이나 대나무제품은 시원하고 품격이 있는 데다 향수를 자극해 해외에서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가 든 분들은 품격 있는 왕골제품을 선호하고 젊은이들은 죽제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23년째 죽제품 유통을 하는 그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생산기지와 바이어 등을 꿰뚫을 정도가 됐다. 누가 어떤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어떤 제품을 파는지 머릿속에 거의 담고 있다.오랜 경력이 있다 해도 계절상품 유통이 쉬운 건 아니다. 여름 성수기에 대비해 그 전해 11월이나 12월쯤 국내외 생산업체를 찾아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겨울에 여름제품을 주문하다 보니 수요 예측을 잘 해야 한다. 2월이나 3월께 창고에 반입하고 4월부터 8월까지 판매에 들어간다. 어떤 제품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고품질 제품을 확보하는 일이다. 저질품을 팔면 10년간 바이어와 쌓은 신용이 10분 만에 물거품이 된다.

“수년 전 중국에서 대나무돗자리를 수입했는데 품질이 형편없었습니다. 소재나 질감이 모두 낙제점이었지요. 중국 업체는 ‘반송비가 더 드니 차라리 그냥 폐기해달라’고 애원하더군요. 웬만하면 제가 손해를 떠안고 폐기처분했을 텐데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반품처리했지요.”

생산업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해당 업체는 더욱 꼼꼼하게 품질을 관리하게 됐다. 형제상사에 납품하는 것은 고품질 제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모든 임직원에게 심어줬다.겨울에는 온열매트·전기장판·극세사요·온수매트·온열방석 등 난방 관련 제품을 취급한다. 한일의료기 단일제품이다. 이같이 특화하니 전국 각지의 소매상이 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 않고 형제상사로 모여든다. 최근 10년 새 이 회사의 매장 및 창고가 3배로 커진 것도 이런 전략 덕분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큰형 덕분이다. 시골의 9남매 중 여섯째인 그는 상경 후 직장생활 등을 하다가 큰형의 권유로 인천 가좌동에서 죽제품 유통 등을 시작했다. 이때가 1995년이다.

하지만 가좌동은 유통업 밀집지역이 아니어서 도매상권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07년 경기 광명유통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엔 도자기 그릇 항아리 문구 완구 등 제품별로 특화된 도매상 100여 개가 모여 있어 전국의 생활용품 소매상들이 몰려든다. 교통도 편리하다. 제2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등이 사통팔달로 연결되고 인근에 KTX역까지 있다.

고 대표는 “우리 형제들은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앞다퉈 돕는다”며 “이런 우애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사명도 형제상사로 지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400여 곳의 거래처 중 대부분이 10년 이상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들과도 형제처럼 돈독한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게 사업하는 데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