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마사회, 혁신의 닻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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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마사회
미래 먹거리는 말산업
공원에 승마장…체험 기회 늘려
3년후 승마 인구 50% 확대 계획
"가족단위 내장객 늘리자"
'경마=놀이' 문화 정착 위해
콘서트 개최 등 재미·축제 명소로
'국민의 마사회'로 탈바꿈
도심 장외 발매소 교외 이전 추진
年 100억 이상 지역사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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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의 경마사업은 수단이다. 경마 수익금을 씨앗으로 말 관련 산업(승마, 경마, 관광, 교육, 재활 등)의 뿌리를 키우는 게 목적이다. ‘미래 먹거리’라는 숲을 무성히 가꿔 내는 게 궁극의 지향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박’이라는 편향된 이미지의 굴레에 갇혀 있다. 매출 대부분이 경마에서 나온다는 태생적 한계에, 한 세기 가까이 국민에게 뿌리박혀 온 부정적 인상이 겹친 탓이다.마사회가 다시 혁신의 닻을 올렸다. 지난 1월 취임한 김낙순 회장은 국민의 인식 개선, 즉 ‘이미지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건전 경마를 육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말산업을 주목했다. 경마에 의존하던 매출 비율을 말산업 쪽으로 서서히 이동시킨다는 것이 김 회장이 내놓은 청사진이다. 태생적 굴레를 벗어던지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다.
마사회는 6대 혁신 과제를 수립하고 조직 개편 등 대수술에 들어갔다. 이번 혁신안은 그동안의 ‘이익 중심’ 경영기조에서 벗어나 공익성과 공공성을 실현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사회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기업’을 목표로 △말산업 육성 선도 △사회공헌 효과 제고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 △이용자 보호 적극 추진 △장외 발매소 운영 개선 △기관 윤리성, 준법성 강화 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년간 194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과 농촌을 위한 말산업마사회는 말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승마 인구 증가를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전 국민 승마 체험 지원이 이를 위한 첫 번째 사업이다. 현재 4만9000여 명인 승마 인구를 3년 후 50% 증가한 7만5000여 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3년간 총 138억원을 투입하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만 명(1인당 10회)에게 승마체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올해는 50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추진된다. 또 도심공원 승마시설 15곳을 세우고, 2020년까지 국산 어린말 승마대회를 8개 신설해 국산 말 수요 창출과 농가소득 증대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거점형 직영 승마장을 설치해 재활승마와 힐링승마 등을 지원키로 했다. 또 말 등록 정보뿐만 아니라 이용 정보도 제공하기 위해 말 등록 시스템을 확대 구축,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한 대표 창업 지원 사업인 ‘황금마차’ 사업도 재개한다. 농어촌 지역, 사업장 인근 지역에 3년간 총 180대의 차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해 간접 고용 근로자 1325명(잠정)을 창출하고 정규직 전환 추진 및 말산업 일자리를 지속해서 늘려 나가기로 했다. 마사회는 이미 지난 1월1일자로 시간제 경마직 5496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건전하고 공정한 놀이 문화로
마사회의 또 다른 테마는 가족과 놀이다. 놀이로 즐기는 새로운 경마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렛츠런파크 서울 솔밭정원을 조성해 가족 단위 내장객을 위한 야외활동 공간을 마련키로 했다. 20~30세대를 위한 실내놀이 공간인 ‘놀라운지’를 만들고, ‘2030 슈퍼콘서트’ 같은 인기가수 공연을 마련하는 등 축제와 행사가 있는 문화 명소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도박중독 문제 해소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비실명 의무형 전자카드가 첫 번째 해법. 입장권·마토(마권) 구매 시 이용자를 식별하고 구매 상한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올해 시범사업에 착수한 마사회는 2019년까지 효과를 검증한 뒤 사업 확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아울러 마사회는 ‘365일 24시간 상담체계’를 구축했다. 경마 이용자들의 중독 예방과 치유 상담을 위해서다. 또 ‘건전화추진본부’를 신설해 국제 수준의 경마 이용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제 인증을 2020년까지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정 경마 실현을 위해 경마 비위 신고포상금 상한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고 및 내부 제보 가능성을 키워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겠다는 포석이다.
‘국민의 조직’으로 탈바꿈
마사회는 학습권 및 주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장외 발매소를 교외로 이전 추진키로 했다. 총사업비 600억원을 들여 스포츠와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호스파크’(가칭)로 전환 설치한다. 매출의 0.2%인 연 110억원(2017년 장외 매출 5조5000억원 기준)을 해당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승마장, 야외 공연장 등 ‘베팅+문화+레저’가 결합된 복합레저 공간을 주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6대 혁신 과제 중 마사회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강화’다. 지난 4월 조직 내에 ‘윤리경영부’를 설치한 게 이런 맥락에서다. 2015년 종합청렴도 2등급에서 지난해 5등급까지 떨어진 점수를 2020년까지 최우수기관인 1등급으로 올려놓는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 사업의 실패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직의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김 회장은 “말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마사회가 앞장설 것”이라며 “마사회가 새롭게 변화하고 거듭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희찬/이관우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