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네이버, 동남아판 우버 '그랩'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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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스타트업 투자미래에셋금융그룹과 네이버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승차공유업체 그랩에 투자했다. 지난 3월 아시아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한 지 다섯 달 만에 첫 투자다. 네이버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펀드 조성 후 첫 결실
1686억에 지분 1.5% 확보
日 도요타車도 공동 투자
도요타자동차 등과 공동 투자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를 통해 그랩에 1억5000만달러(약 1686억원)를 투자했다고 2일 발표했다. 그랩의 100% 지분 가치가 110억달러(약 12조원)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약 1.5%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총 투자금액은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이며 이 중 절반가량을 도요타자동차가 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외에도 미국의 호펜하이머펀드, 중국의 평안캐피털, 호주의 맥쿼리캐피탈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랩은 지난해에도 소프트뱅크와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등으로부터 총 25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SK 등도 그랩에 투자했다.동남아 1위 O2O 기업이 목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설립된 그랩은 창업자 앤서니 탄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세계 1위 승차 공유회사인 우버를 몰아내고 동남아 시장 1위에 올랐다. 현재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8개국 500개 도시에 진출했다. 그랩은 승차공유서비스 외에도 ‘그랩페이’(모바일결제), ‘그랩푸드’(모바일 식품 주문), ‘그랩익스프레스’(모바일 배송)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를 꿈꾸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 3월 50%씩 공동 출자해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결성했고 지난달 펀드 규모를 1조원까지 늘렸다. 이번 그랩 투자를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스타트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정지광 미래에셋캐피탈 신성장투자본부장은 “이번 투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승차공유와 O2O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투자”라며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앞으로 다양한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커넥티드카 기술과 시너지
네이버는 지난 5월에도 미래에셋대우와 2800억원을 투자해 중국의 승차공유 1위 기업인 디디추싱 지분 약 0.5%를 사들였다. 네이버는 모두 단순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네이버가 개발 중인 커넥티드카(통신망과 연결된 자동차), 자율주행차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주가 되면 외부 비공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어 관련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 협업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자사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인 클로바를 바탕으로 길 찾기, 정보 검색,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한 ‘어웨이’라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장치도 개발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우버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도입한 것처럼 네이버도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서비스 등을 향후 차량공유 서비스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김주완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