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베이징·시드니… '천정부지' 세계 집값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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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고 고가주택 稅부담 증가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던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돈을 풀어온 양적완화 정책을 잇따라 종료하면서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내놓은 규제도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의 부유층이 여러 국가에서 주택을 매입한 점을 고려하면 주요 대도시 부동산시장 침체는 자산시장 전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내리막길’ 런던·베이징 주택시장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싼 집값으로 악명 높은 런던은 지난 2월부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3분기 연속 하락
고급맨션 공급 증가·브렉시트 우려
영국 런던 4년 전보다 18% 추락
대출 상한액 축소·기업경기 하강
중국 베이징 5개월 만에 20% 급락
작년부터 투자용 부동산 대출 규제
호주 시드니 10개월간 5% 떨어져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세빌스에 따르면 런던 핵심 지역의 주택 가격은 2014년 고점 대비 약 18% 하락했으며 일부 고가 주택은 33%가량 값이 떨어졌다. 런던 주택시장은 전 세계 부유층의 투자 수요가 몰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규제, 저유가로 인한 중동 부호의 수요 위축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이주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 집값은 정부 규제에다 경기 둔화로 타격을 받고 있다. 6년간 지속되던 상승세가 멈췄고 일부 지역에선 폭락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지난 5월 말 베이징 평균 집값은 3.3㎡당 14만5785위안(약 2400만원)으로 작년 말 17만5868위안(약 2890만원)에 비해 20% 떨어졌다. 미·중 통상전쟁에다 중국 정부가 펴고 있는 부채 축소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 흐름이 둔화되고 있어서다.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16년 도입한 30가지 이상의 강력한 규제도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다른 지역 거주자와 주택 보유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한액을 낮췄고 금리도 인상했다.
미국 뉴욕 주택시장도 ‘이상 신호’
호주 시드니 역시 10개월 연속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5% 정도다. 2010년대 들어 저금리에다 중국인 투자 수요가 늘면서 시드니 집값은 크게 올랐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정부가 투자용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거치식 대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에 나선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커먼웰스은행 등 주요 상업은행의 편법·부정대출에 대해 대대적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집값이 평균 연소득의 12배가 넘는 상황에서 최근 대출 금리까지 높아지자 주택 수요도 크게 줄었다. 중국인의 투자가 예전같지 않은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미국 뉴욕 맨해튼은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까지 3분기 연속 주택거래가 줄어들고 재고가 쌓이는 등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7000여 가구의 아파트 매물 재고가 쌓인 상태다. 고가 주택 거래가 줄면서 최근 3개월 주택거래 중간가격은 11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5% 낮아졌다.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데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연 4% 이하(30년 고정금리 대출)에서 최근 연 4.5% 선까지 상승했다.
자산시장 전방위 침체 우려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이 잇따라 하락세로 돌아서자 각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연착륙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자산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 보고서에서 런던과 뉴욕을 비롯해 홍콩과 시드니 등은 주택 가격이 숙련 근로자 평균 연간 소득의 10배가 넘는 위험 지역이라고 지적했다.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집값은 종종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공학과 함께 생긴 집값 거품은 전 세계를 혼란으로 밀어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이끌었고, 후임인 재닛 옐런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종료)을 시작했다면 파월 의장은 주택시장 붕괴를 막으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일/김형규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