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사장 "안드로이드 오토 제휴 놓친 건 SKT 내부 답답한 의사결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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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사장 임직원 질책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 제휴가 무산된 것을 두고 “일하는 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절박함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임직원들을 질책했다.
"절박함·위기의식 가져야"
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달 30일 SK텔레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구성원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얼마 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에 T맵 대신 경쟁사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탑재됐다”며 “사전에 T맵도 협력 제안을 받았지만 제대로 협의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고 썼다.
구글은 지난달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사용자들이 USB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차량 모니터로 내비게이션, 음악, 전화, 메시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체 구글 지도 대신 카카오의 ‘카카오 내비’를 탑재했다. 구글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가져가 서비스하려 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 점유율 1위 내비게이션인 T맵을 운영하는 SK텔레콤에도 제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친 내부의 답답한 의사결정 과정을 질타했다. 그는 “일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야 하고 전사 관점에서 고민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맡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깊이 고민해 달라”고 했다. 그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없다면 우리가 공들여 키워가고 있는 모든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최근 구글과 안드로이드 오토 제휴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게시글에서 “급하게 후속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