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한민국 경제를 바꿨다

폭염의 경제학

농가·주류업계 속타고
'바캉스 대목'도 사라져
가전·유통은 '폭염 특수'
< 버틸 수밖에… >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2일 서울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도 경북 의성이 39.8도, 서울이 37.5도까지 오르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는 폭염이 계속되고 비 소식도 없겠다고 예보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과 일부 산업단지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농작물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서 물가가 들썩이고, 휴가 극성수기인데도 이른바 ‘바캉스 특수’가 사라졌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반면 전통시장은 한산하다. 잘 팔리던 맥주 소비가 돌연 급감하는 등 소비 패턴까지 달라졌다. 이상 기후 현상이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폭염은 경제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주고 있다. 건설 현장의 공사 시간이 단축되면서 공기(공사기간)가 늦춰지는 곳도 나온다. 정부가 낮 시간대 공공발주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라고 긴급 지시하면서 공공기관들도 현장 관리에 나섰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 맞추기가 빠듯한데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로 저녁 회식 등이 줄면서 맥주 소비가 급감한 주류업계는 물론 손님이 끊긴 식당 등도 한숨을 쉬고 있다.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배추와 무 가격이 평년에 비해 50% 이상씩 뛰는 등 서민들의 밥상 물가도 위협받고 있다.

폭염 덕분에 웃는 곳도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달 16~31일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지난달 방문객은 422만 명으로 전달보다 14% 증가했다. 서울지역 호텔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