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서울시, 아스팔트 온도 낮추는 '회색 포장' 실험

도로 온도 최대 10℃ 낮추지만…비싼 가격과 내구성이 단점
"서울 도심 전체에 적용하면 대기 온도 1℃ 내려가"
서울 노원구 마들로에는 익숙한 까만 아스팔트가 아니라 희끄무레한 '회색 아스팔트'가 깔린 구간이 있다.서울시가 뜨겁게 달궈지는 아스팔트로 인한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도로포장 공법을 실험하고 있는 곳이다.

회색 아스팔트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온도가 최대 10.4℃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조금이라도 열섬 현상을 낮출 수 있는 기법들이 주목받고 있다.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15년부터 아스팔트 도로 표면 온도를 내리는 공법인 '차열성 도로포장'을 연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에서 회색 아스팔트 도로를 보고 서울에도 도입해보자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일본에선 도심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도로포장을 2002년 처음 적용한 뒤 약 171만8천150㎡(2014년 기준)로 확대했다.차열성 포장은 태양열을 반사하는 특수 도료를 아스팔트 표면에 0.5∼1㎜ 정도로 얇게 바르는 것을 뜻한다.

태양열 반사율을 높여 도로 표면 온도를 5∼10℃ 정도 낮출 수 있다.

아스팔트 표면에 덧바르는 도료 때문에 도로 색이 회색으로 변한다.서울의 경우 흑색 아스팔트 도로가 내뿜는 복사열이 열섬·열대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5∼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마들로에 차열성 포장을 시범 시공한 서울시는 아스팔트 온도가 가장 높을 때인 7∼8월 오후 2∼3시께 온도를 재보고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적 관찰하고 있다.

시공 직후에는 차열성 포장도로의 온도가 10.4℃ 낮았으나 2016년 7.7℃, 2017년 4.2℃, 올해 5.9℃ 등 3년이 지나니 효과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시간이 흐르며 도료가 닳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대기 온도 변화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회색 아스팔트 포장'을 도심 전체에 적용하면 도심 대기 온도를 약 1℃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비싼 비용이다.

아스팔트 단가는 100㎡당 170∼200만 원(5cm 기준)이지만 차열성 포장 단가는 100㎡당 1천400만∼1천600만원이다.

내구성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덧발라놓은 도료가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가 도로 내구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박문희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올해나 내년까지 차열성 포장도로와 일반 도로의 온도 차이를 모니터링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며 "이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에서도 차열성 도로포장에 관심을 보인다.부산 금정구와 대구시가 폭염 경감 대책의 하나로 아스팔트에 '회색 포장'을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