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일부 확대' 모호한 의견 내고… 다시 교육부로 공 넘긴 공론화委

최종안 못낸 대입 개편안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결과 발표

'정시 비중 45% 이상 확대' 1안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2안
공론화委 "지지도 비슷해 확정 못해"

공론화委에 '책임 회피' 비판
"결정권 갖고도 이견 조율 실패"

교육현장에선 냉소적 반응
"국민투표라도 해야 하나"
김영란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3일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자 교육현장에서는 “대입제도를 결정하는데 국민투표라도 해야 하나”란 반응까지 나왔다. 교육부가 지난 4월 이견이 첨예하다는 이유로 공론화에 부친 현안을 공론화위가 “특정안이 채택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교육부는 작년 8월 대입제도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로부터 ‘결정권’을 넘겨받은 공론화위조차 결론을 미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입개편 결론 못 낸 공론화위대입제도와 관련해선 그동안 두 개의 양립 불가능한 의견이 대립해왔다. 대입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쪽은 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전형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과도한 입시 경쟁 지양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쪽에선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또는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외쳐왔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는 이 같은 ‘해묵은 갈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4월 말 출범했다.

490명의 시민정책참여단으로 구성된 공론화위는 △수능 상대평가 유지+정시비중 45% 이상(1안)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수시·정시 비율 대학 자율(2안) △수능 상대평가 유지+수시·정시 비율 대학 자율(3안) △수능 상대평가 유지+정시확대(4안) 등 4개 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각 안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1안(5점 만점에 3.40점)과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2안(3.27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론화위는 다만 ‘수능 위주 정시전형이 현행 20%대보다 높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지지도가 82.7%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시민참여단이 정시전형의 일정한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1안과 2안에 대한 지지도가 엇비슷하다는 이유로 “정시 비중을 45%까지 늘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2안에 포함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서도 공론화위는 모호한 의견을 제시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는 이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절대평가 방식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의견(53.7%)과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의견(46.3%)이 대동소이한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책임회피” 비판 분분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공론화위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한쪽으로 밀어붙이듯 (결론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인 걸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며 “(시민참여단이) 정책당국자와 교육전문가들에게 각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라고 분명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정시 비중이나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는 교육부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이다.교육현장에서는 공론화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또 한 번의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작년 8월 수능개편 유예 이후 1년여 동안 시간과 예산을 투입했지만 확실한 변화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도 “첨예한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출범한 공론화위가 이견이 커서 결론을 못 내렸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정책숙려제도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