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공장엔 '쿨조끼'… 직장인 점심은 '배달'

폭염이 바꿔 놓은 일터 풍경

"작업효율 높이기 안간힘"

쌍용양회·대림바스 등 낮잠 등 휴식시간 늘리고
식염포도당·비타민도 배치

배달음식점 때 아닌 호황
점심시간 주문량 80% 증가
< 더위 식히는 소방대원 > 서울소방학교 제108기 소방공무원 교육생이 3일 서초동 훈련장에 있는 수돗가에서 물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9도를 기록하는 등 4일 연속 37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됐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쿨조끼를 입은 생산직 근로자들, 사무실로 점심을 배달시켜 먹는 직장인들, 포도당 비타민 아이스크림이 상비품이 된 생산라인, 그리고 별도의 낮잠시간까지….’

111년 만의 폭염이 일터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회사마다 더위와 싸울 수 있도록 생산라인에 쿨조끼와 얼음 등을 필수품처럼 비치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휴가를 미루고, 식사를 사무실에서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얼음물에 식염포도당 지급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시설인 쌍용양회 강원 동해공장은 지난달부터 현장 근로자에게 1시간씩 낮잠시간을 주고 있다. 이전까지는 50분 일하면 15분간 휴식했다. 이 정도로는 폭염에 근로자들이 버텨내기 힘들다고 보고, 별도의 낮잠시간을 주기로 했다. 본사 업무지원팀은 하루에 두 번씩 얼음물과 아이스크림, 식염정(소금환)을 나눠준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환경안전팀원들이 돌면서 작업시간과 휴식시간을 체크하고 근로자들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폭염으로 인해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욕실업체 대림바스는 충북 제천, 경남 창원 공장 근로자들에게 아이스팩이 들어있는 쿨조끼를 지급했다. 공장 곳곳에 식염포도당과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발포 비타민을 놔뒀다. 휴식시간도 기존 오전, 오후별 10분에서 20분으로 2배로 늘렸다.
외국인 근로자 덕을 보는 중소기업도 많다. 휴가철이라 일손이 부족한 데다 무더위로 장시간 근로가 힘든데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워주기 때문이다. 열처리 업체 케이디시스템의 이준연 사장은 “8월1일부터 5일까지 휴가여서 공장을 쉬려고 했지만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생산직 중 절반은 일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를 묵묵히 해주고 있어 납기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점심엔 맛집 대신 배달음식폭염은 휴가 기간도 바꿔놓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휴가 피크 기간인 7월 말 8월 초 휴가를 가는 직원 비율을 집계했더니 작년 16%에서 올해 13%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휴가를 분산해 가는 트렌드에 폭염이 겹쳐 휴가 피크시즌에도 대부분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의 교통상황은 시원하게 뚫리던 과거 휴가철과 달리 평소처럼 막히고, 해수욕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 7월16~31일 해운대 해수욕장 방문객은 278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321만 명)보다 13.3% 줄었다.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1분도 밖에 나가기 싫다”며 사무실로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 식사 배달요청 건수는 32만4000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9.0% 급증했다. 서울 최고 기온이 37.9도를 기록한 지난 2일 점심시간 배달의민족이 받은 식사 주문 건수는 21도 수준이던 6월25일에 비해 64.5% 늘었다.

심성미/김기만/정인설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