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시원한 청량음료 '벌컥벌컥'… 당뇨병·신장병 환자에겐 毒
입력
수정
지면A19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입맛이 없어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거나 당분이 높은 아이스크림, 주스, 과일 등을 많이 먹는다. 운동량이 줄면 당뇨 환자는 혈당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혈압 환자도 마찬가지다. 무더위에 체온이 높아지면 몸속 혈관이 확장돼 땀을 많이 흘린다. 혈압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저혈당 쇼크 증상을 겪기 쉽다. 당뇨, 고혈압, 신장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폭염 속 건강을 지키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당뇨병 환자, 청량음료 대신 물 드세요폭염에는 수분을 계속 섭취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상태가 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물을 마셔야 한다. 청량음료처럼 당분이 높은 음료를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 소변량이 많아진다.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 몸속 수분이 부족한데 소변량까지 많아지면 심한 탈수 상태가 될 위험이 크다.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면 바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쉬면서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폭염 속 만성질환자 건강 관리법
충분한 수분섭취 중요
당분 있는 음료 마시면 혈당 ↑
소변 늘어 탈수증세 더 심해져
땀 많이 흘리면 혈압 뚝
체내 염분 빠져나가 어지럼증 유발
평소 짜게 먹는 고혈압 환자 위험
신장병 환자, 과일 골라 먹어야
칼륨 많은 참외·바나나 등 금물
갈증 날 땐 레몬 물고 있으면 도움
아토피·피부염 환자, 햇빛 주의
강한 자외선 노출 땐 증상 악화
양산 쓰고 차단제 수시로 발라야
각종 당뇨합병증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에 감각이 사라진다. 폭염에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다가 화상을 입기 쉽다. 모래 속 보이지 않는 조개껍질 등에 발을 다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야외활동을 할 때 반드시 안전한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발에 상처가 나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화상이나 상처 때문에 발목 또는 다리를 절단하는 일도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자율신경에도 합병증이 생겨 뜨거운 야외와 차가운 실내 환경에 교대로 노출되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열사병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어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은 급격한 온도변화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고혈압 환자도 폭염에 취약고혈압 환자도 폭염에 취약하다. 고혈압 약은 혈관을 넓히고 소변으로 수분을 배출하도록 돕는다. 무더운 날씨에는 땀이 많이 나 몸에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간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소변 배출을 억제해 혈압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은 이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질 위험이 있다.
몸이 말라 체액량이 적은 환자나 평소 짜게 먹는 환자는 특히 탈수에 취약하다. 짜게 먹는 환자는 여름에 땀으로 염분이 배출되면 혈압이 많이 낮아져 어지럼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여름에 매일 측정하는 혈압이 낮다고 혈압약을 줄이기도 하는데 이때 반대로 혈압이 오를 위험도 있다. 혈압약은 수일 동안 효과가 나타난다. 약을 안 먹는다고 당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데 반해 일시적 탈수가 해결되면 원래 혈압으로 돌아간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름철 일시적 혈압 변동을 줄이려면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혈압이 계속 낮거나 어지럼증이 지속되면 다니던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과일 조절 필요한 콩팥병 환자콩팥에 문제가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여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수분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면 체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 혈압이 내려간다. 자연히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줄거나 근육이 망가져 콩팥이 갑자기 손상되는 급성 신부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는 더운 여름철 급성 신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한번에 너무 많은 수분을 섭취하면 저나트륨 혈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부족한 만큼만 수분을 섭취해 몸속 적절한 수분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 적은 양의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당분이나 카페인이 섞인 음료, 이온음료는 피해야 한다. 생수, 보리차, 옥수수차 등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오국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 환자는 특히 적절한 수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석 직후 땀을 많이 흘리면 저혈압이 생길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고 했다. 갈증이 느껴지면 한 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 물 대신 얼음을 입에 물고 있는 것이 도움된다. 레몬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는 것도 좋다. 소금이 많이 든 국물 음식은 피하고 싱겁게 먹어야 한다.
이미 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와 투석환자는 더운 여름 과일이나 과일 주스를 마신 뒤 고칼륨혈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어지럼증, 이상감각이 생긴다. 심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생기거나 심장마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은 피해야 한다. 참외, 바나나, 멜론, 자두, 토마토 등이다. 칼륨이 적은 사과 포도 블루베리 체리 복숭아 등을 소량씩 먹거나 갈아 얼려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먹는 것도 좋다.자외선 막는 양산 써도 차단제는 발라야
루푸스, 피부근염 등이 있는 환자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증상이 나빠지기 쉽다. 강한 자외선은 아토피 피부염 증상도 악화시킨다. 이들 질환이 있는 환자는 양산을 써 햇볕을 가리는 것이 도움된다. 직물과 천의 자외선 차단효과는 UPF로 표시한다. 망사와 같은 천으로 이뤄진 양산은 촘촘하고 두꺼운 직물로 만든 양산보다 빛을 잘 차단하지 못한다. 반드시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된 제품을 써야 한다. UPF 표시가 있거나 자외선 차단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양산을 써도 자외선차단제는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는 SPF와 PA로 성능을 나타낸다. ‘SPF50+’ ‘PA++++’라고 표시된 자외선차단제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자외선 차단율을 보이는 제품이다. SPF는 자외선B를, PA는 자외선A를 차단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SPF50은 자외선B 차단율이 98% 정도다. 피부에 바르는 자외선차단제 양이 적으면 차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손가락 두 마디 반(성인 남성 기준 1.25g)을 치약처럼 쭉 짜서 얼굴 전체에 펴 바르는 것이 좋다”며 “대부분의 자외선차단제는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고 했다. 자외선B가 가장 강한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2시다. 이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아토피 피부염은 땀이나 높은 기온 때문에도 악화된다. 시원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오국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