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위험 리콜' 차량 5년간 55만대 넘어… 수입車 빈도 높아

민경욱 의원, 국토부 자료 공개

등록차량 1만 대당 리콜 수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순

520d는 2년 전에도 리콜 대상
전문가 "수리해도 화재 가능성"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리콜 대상에 지정된 차량이 45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BMW 차량 10만6317대를 리콜하라고 지시한 것까지 더하면 불이 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리콜 대상이 된 차량은 최근 5년간 약 55만 대로 불어난다.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는 차량 대수가 점점 늘어나는데도 정부와 자동차업계가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화재 발생 우려로 리콜 조치된 수치는 총 67건이다. 271종, 45만452대의 차량이 리콜 대상이 됐다. 리콜 건수는 △2014년 7건 △2015년 16건 △2016년 18건 △2017년 22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제조사별로는 기아자동차가 22만8382대로 가장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각각 4만6030대, 2만9212대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GM은 2만7846대, 아우디폭스바겐은 2만951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현대차는 1만2408대였다.

단순 리콜 대상이 된 차량 규모만 보면 국산차 제조사가 리콜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지만 차량 등록 대수를 감안하면 순위가 바뀐다. 6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차량 1만 대당 리콜대상 차량 규모를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1218대로 가장 많았다. BMW(655대) 아우디폭스바겐(629대)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리콜 빈도가 대체로 높았다. 재규어랜드로버(1141대), 포드(1558대) 등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기아차는 1만 대당 369대가 리콜 대상으로 지목됐다. 현대차(13대), 한국GM(167대), 쌍용자동차(126대), 르노삼성자동차(68대) 등 다른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빈도가 더 낮았다.

벤츠 E300은 2015년 엔진룸 고무 부위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리콜 대상에 지목됐고, 지난해 또다시 시동전류제한기에 과부하가 발생해 불이 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됐다. C200, E200 등도 화재 우려로 리콜 조치된 적이 있다.최근 잇따른 화재로 논란이 된 BMW 520d는 2년 전인 2016년에도 연료펌프 커넥터 결함으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리콜 대상이 됐다. 528i와 320d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우려로 한 차례 리콜을 했더라도 같은 원인으로 화재 사고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리콜 대상이 돼 수리받은 람보르기니 브랜드 차량에 최근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화재 위험에 따른 리콜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데도 정부와 업계가 손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쇄 화재사고에 대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경욱 의원은 “차량 화재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차량 제조회사는 품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정부는 더욱 엄격하게 화재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한 차례 수리받았다고 해서 불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