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새 사령부 창설하라"… 기무사 껍데기만 남고 다 바뀐다

휴가 중 개혁안 보고 받고 '기무사 해편' 지시

명칭·활동 범위 모두 바뀔 듯

靑 "근본적으로 다시 재편
과거와 단절된 사령부 만들 것"

새 사령관에 남영신 중장 임명
불법 관련자 모두 원대복귀

與 "기무사 해편은 적절한 조치"
野 "수사 진행 중 해체는 유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휴가지인 충남 계룡대 인근 군 시설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는 3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며 사실상 국군기무사령부 해체를 지시했다. 1991년 ‘윤석양 이병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 이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기무사로 재편된 지 27년 만이다. 신임 기무사령관에는 남영신 육군특전사령관(중장·사진)을 임명했다.

◆文, 휴가 중 기무사 개혁 지시문 대통령은 이날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解編)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해체해서 재편성한다는 뜻의 한자를 조어한 해편은 표준대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다시 재편한다는 의미에서 해편을 지시한 것”이라며 “형태는 사령부겠지만 이전 기무사하고는 다른, 새로운 사령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을 구성하고, 사령부 설치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또 댓글공작, 세월호 사찰 등 불법 관련자 원대 복귀와 비(非)군인 감찰실장을 임명할 것을 주문했다.

남영신 육군특전사령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전날 마련된 국방부 기무사개혁위원회(기무개혁위)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휴가 중인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해 기무개혁위 권고안을 보고받았다. 기무개혁위는 전날 ‘기무사 존립 근거가 되는 대통령령 등 모든 제도적 장치를 폐지하고, 새로운 부대나 기관을 창설할 경우 새로운 대통령령을 제정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새로운 사령부는 사령부 지위를 제외하고 명칭부터 활동 범위까지 모두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당시 국군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면서 이듬해 보안사는 기무사로 재편됐고, 역할은 축소됐다.

새로운 사령부 대통령령에는 기무개혁위가 전날 제안한 △기무사의 대통령 독대 보고 폐지 △군 지휘관 동향 감시 금지 △군내 감청 제한 등이 구체적으로 명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무사의 활동 범위는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때문에 기무사가 온라인 여론 조작, 세월호 유족 사찰 등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활동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석구 사령관은 경질문 대통령은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을 둘러싸고 하극상 논란을 빚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남 중장을 신임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송 장관이 제청한 남 중장은 현 기무사령관으로서 기무사 개혁을 담당하며, 개편될 새로운 사령부 지휘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울산 출신인 남 중장은 학군(ROTC) 23기로 3사단장(소장), 학군교 교수부장, 2작사 동원전력처장, 7공수여단장(준장) 등을 거쳤다. 윤 수석은 “남 중장은 야전 작전 및 교육훈련 전문가”라며 “통합능력, 창의성, 판단력이 탁월하고 친화력과 화합·단결의 리더십을 갖췄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경질된 이 전 사령관은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이동했다.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으로 타락해 각종 불법 탈법 행위를 저지르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기에 이른 기무사령부의 ‘해편’은 적절한 시점에 나온 매우 합당한 조치로 평가된다”고 했다. 반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무사가 내란음모를 했는지, 부당한 정치개입을 했는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 앞에 철저히 밝힐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무사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기로 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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