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사법불평등 중단하라" 광화문 여성시위… "7만명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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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폭염 속 4차 여성시위…불법촬영 등 성범죄 근절 대책 촉구
"여성 삶 실제 개선할 정책 만들라"…경찰청장도 현장 찾아 경청"불법촬영, 찍는 놈도 보는 놈도 엄중 처벌하라! 성차별,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 수사 등에서 여성이 사법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가 혜화역을 넘어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한 이날 광화문광장의 아스팔트 바닥은 말 그대로 '펄펄' 끓었고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였다.
그러나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의 '붉은 물결'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최북단부터 광화문 해치마당 입구까지 약 500m를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나가는 인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참석이 이뤄졌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총 7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차 시위(5월19일) 1만2천명, 2차 시위(6월9일) 4만5천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7천여명을 기록했다.
여성만 참가한 시위이자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로써 사상 최대 인원 기록을 이어 나갔다.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한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 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3차 시위와 마찬가지로 구호를 선창하는 사람을 무제한으로 신청받아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껏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허락했다.
참가자들은 "인천 경찰 '드론 몰카' 수사하라", "대중교통 업스(업스커트) 몰카, 지인합성 철창에 넣어라" 등 구호로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드론 몰카 의심 사건 및 대중교통 불법촬영·'지인 능욕' 합성 범죄 등의 수사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제가인 '민중의 노래'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여성의 노래" 등 가사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불법촬영 범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풍자하는 '재판 퍼포먼스'도 펼쳐졌다.이날도 참가자 5명의 삭발 시위가 이어졌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의 일상이었지만, 청와대 청원과 경찰 신고에도 돌아온 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말이었다"며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 있어서 여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며 "각 부처는 여성의 삶을 실제 개선할 정책을 시행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면서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이날 참가자들은 10∼20대가 많았으나, 1∼3차 시위에 비하면 30∼40대 참가자도 꽤 늘어난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시위에 참석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집회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불법촬영 등의 성범죄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인 만큼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하고,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술 및 비수술 트랜스젠더까지 배제했다.
참가자들은 폭염에 대비해 주최 측이 사전 공지한 대로 모자와 선글라스, 휴대용 미니 선풍기 등을 지참해 뙤약볕 아래에서도 3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주최 측은 냉수를 나눠주고 의료진을 대기시켰고, 소방당국에서도 앰뷸런스 3대를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에 따르면 폭염 탓에 참가자 1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휴식을 취한 다음 퇴원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 북단 주변에 안전 펜스를 두르는 한편 경력 10개 중대(약 800명)를 배치해 집회 안전을 관리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북단에는 남성 통행이 금지됐고, 광장 주변에서 남성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시도하면 경찰이 제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예고 없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민 청장은 시위 현장과 거리를 두면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참가자 발언과 구호를 경청했고,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여성 삶 실제 개선할 정책 만들라"…경찰청장도 현장 찾아 경청"불법촬영, 찍는 놈도 보는 놈도 엄중 처벌하라! 성차별,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 수사 등에서 여성이 사법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가 혜화역을 넘어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한 이날 광화문광장의 아스팔트 바닥은 말 그대로 '펄펄' 끓었고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였다.
그러나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의 '붉은 물결'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최북단부터 광화문 해치마당 입구까지 약 500m를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나가는 인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참석이 이뤄졌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총 7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차 시위(5월19일) 1만2천명, 2차 시위(6월9일) 4만5천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7천여명을 기록했다.
여성만 참가한 시위이자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로써 사상 최대 인원 기록을 이어 나갔다.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한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 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3차 시위와 마찬가지로 구호를 선창하는 사람을 무제한으로 신청받아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껏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허락했다.
참가자들은 "인천 경찰 '드론 몰카' 수사하라", "대중교통 업스(업스커트) 몰카, 지인합성 철창에 넣어라" 등 구호로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드론 몰카 의심 사건 및 대중교통 불법촬영·'지인 능욕' 합성 범죄 등의 수사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제가인 '민중의 노래'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여성의 노래" 등 가사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불법촬영 범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풍자하는 '재판 퍼포먼스'도 펼쳐졌다.이날도 참가자 5명의 삭발 시위가 이어졌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의 일상이었지만, 청와대 청원과 경찰 신고에도 돌아온 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말이었다"며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 있어서 여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며 "각 부처는 여성의 삶을 실제 개선할 정책을 시행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면서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이날 참가자들은 10∼20대가 많았으나, 1∼3차 시위에 비하면 30∼40대 참가자도 꽤 늘어난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시위에 참석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집회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불법촬영 등의 성범죄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인 만큼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하고,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술 및 비수술 트랜스젠더까지 배제했다.
참가자들은 폭염에 대비해 주최 측이 사전 공지한 대로 모자와 선글라스, 휴대용 미니 선풍기 등을 지참해 뙤약볕 아래에서도 3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주최 측은 냉수를 나눠주고 의료진을 대기시켰고, 소방당국에서도 앰뷸런스 3대를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에 따르면 폭염 탓에 참가자 1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휴식을 취한 다음 퇴원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 북단 주변에 안전 펜스를 두르는 한편 경력 10개 중대(약 800명)를 배치해 집회 안전을 관리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북단에는 남성 통행이 금지됐고, 광장 주변에서 남성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시도하면 경찰이 제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예고 없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민 청장은 시위 현장과 거리를 두면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참가자 발언과 구호를 경청했고,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