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 금융 우간다보다 뒤처진다는 건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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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에서조차 은행 찾기 힘들고지난 3일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 중심가의 아카시아몰. 2014년 문을 연 이곳엔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과 현지 은행 지점이 입점해 있다. 한 은행 지점 안으로 들어가니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사진)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지인들은 “시내에서 은행을 찾기가 힘들다 보니 창구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는 것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거래는 애초 불가능
WEF 분석은 설문조사로 판단
"WEF 인용하는 것은 자기 폄하"
캄팔라=강경민 기자
아카시아몰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기자가 물품을 구입한 뒤 신용카드를 건네자 점원은 “온리 캐시(only cash)”라며 손사래를 쳤다.한국 금융계엔 ‘우간다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시장 성숙도’에서 한국은 87위를 기록, 우간다(81위)에 비해 여섯 계단이나 뒤졌다. 이듬해 같은 조사에서도 한국은 80위로, 우간다(77위)에 뒤졌다. 지난해에서야 한국은 74위로, 우간다(89위)를 간신히 제쳤다. 2015년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처럼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이 전 세계에 어디 있냐고 금융그룹 회장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만찬 건배사로 ‘우간다 이기자’를 외치기도 했다.
한국의 금융 성숙도는 과연 우간다 수준일까. 기자는 이달 초 캄팔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간다 정부 경제부처 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들은 “한국보다 우리 금융 경쟁력이 앞선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입을 모았다. 우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을 우리가 어떻게 앞설 수 있느냐”며 “100% 가짜 뉴스(fake news)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들의 얘기도 같았다. 현지에서 가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우간다에선 수도에서도 은행 점포를 찾기 힘들고 신용카드 거래도 안 되며 우버 외에는 모바일 결제도 안 된다“며 “우간다에 한번이라도 와 봤다면 그런 얘기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WEF 조사에서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에 뒤지는 이유가 뭘까. WEF 조사가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한국 기업인의 금융 기대 수준이 높은 데 비해 실제 금융 서비스가 이에 미치지 못해 나타나는 결과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엔 공감한다”면서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조사를 근거로 우간다보다 금융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건 ‘자기 폄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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