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기술 와이브로 12년 만에 '퇴출'… 中은 LTE 이어 5G시장서도 승승장구

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1) 한국 위협하는 中 스마트폰

세계 최초 상용화했지만
와이브로 가입자 수 급감

내수시장 발판삼은 화웨이
작년 통신장비 세계 1위에
5G 장비 개발도 韓에 앞서
KT는 지난달 와이브로(Wibro)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와이브로 단말과 장비의 생산이 중단된 데다 가입자가 5만 명 수준까지 줄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용자 보호 계획 등에 문제가 없다면 서비스 종료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브로는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휴대 인터넷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정보통신 전략 ‘IT839’의 8대 서비스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혔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보다 5년 빨리 상용화됐다. 당시만 해도 “10~15년 뒤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먹여 살릴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4세대(4G)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표준 경쟁에서 밀려 결국 서비스 1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반면 중국 화웨이는 4G 표준인 LTE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영향력을 넓혔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에릭슨(27%), 노키아(23%)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3%로 5위에 그쳤다.

내년 3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예정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화웨이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는 5G 핵심 주파수(3.5㎓)를 사용하는 장비를 경쟁업체보다 한 분기가량 앞서 내놨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LTE 장비 도입 때 LG유플러스만 화웨이 장비를 썼지만 이번에는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장비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미국에서 화웨이 장비 보안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통신요금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통신사로선 타사 대비 값싸면서 성능도 우수한 화웨이 장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화웨이도 한국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화웨이는 지난 2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5G 기술 개발에 공헌한 화웨이 소속 과학자와 엔지니어 100여 명에게 공로상을 주는 등 기술력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 최고경영자(CEO)는 “5G 표준 탄생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며 “화웨이는 5G 기술이 우리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많은 4024건의 국제특허를 출원했는데 이 가운데 10%가량이 5G 관련 특허로 추정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자칫 화웨이를 비롯한 외국 업체들의 잔치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