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 먼저 하는 대규모 공연, 이젠 상식이 됐다

수도권 밖 대도시로 눈돌리는 공연계

'라이온 킹' 11월 대구부터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와
쿠바 가수 아로세나는 부산서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
지난달 대구서 아시아 초연

교통개선으로 관람객 유입 ↑
국내 최대 뮤지컬극장 부산 개관
지난달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아시아 초연을 한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이 오는 11월 오리지널 그대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 첫 장소가 서울이 아니다. 11월9일~12월25일 대구계명아트센터에 먼저 오른 뒤 내년 1월이 돼서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선보인다. 해외 유명 뮤지컬의 오리지널 팀이 서울 공연 이전에 지방 무대에 먼저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라이온 킹처럼 지방 무대를 먼저 찾는 대규모 공연이 크게 늘고 있다. 공연이 가능한 기본 관람 수요가 있는 부산과 대구를 향한다.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대관료도 장점이다. 대형 극장을 짓는 하드웨어 투자도 일고 있다.◆교육열·교통 개선으로 공연 수요↑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기획사들도 한국을 찾는 해외 유명 공연단체나 예술가들에게 지방 공연을 적극 추천한다.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는 10월6일 부산KBS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쿠바 대중음악의 디바’로 알려진 다이메 아로세나도 다음달 3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지난달엔 영국 오리지널 팀의 뮤지컬 ‘플래시댄스’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아시아 초연을 했다. 유카 페카 사라스테가 이끄는 독일 쾰른방송교향악단은 지난 5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3년 만에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을 만났다.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렉트로닉 듀오 ‘체인스모커스’의 첫 내한 공연도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열렸다.

대구, 부산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지방 도시 가운데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고 교통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사 클립서비스는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지방 부모가 많다”며 “교통 여건이 개선돼 대구와 부산에서 큰 공연이 열리면 인근 도시 주민도 대거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뮤지컬, 연극 관계자들은 최근 지방 시장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공들여 준비한 공연을 무대에 짧게 올리면 손해가 크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장기 공연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할 수 있고 대관료도 비싸 부담이 크다. 지방 시장은 잠재 수요가 적지 않은 데다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점이 있다.◆국내 최대 뮤지컬극장 부산에 개관

지방은 공연 시설이 아직 열악하다. 그래서 대형 공연장을 직접 짓기도 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부산에 드림씨어터를 짓고 있다. 1800석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걸림돌이 없지는 않다. 많은 돈을 투자해 지방 공연장을 세우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대구엔 1500석 규모의 국내 유일한 오페라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건립돼 오페라 관객이 크게 늘었다. 2013년 재단 출범 이후 선보인 ‘투란도트’ ‘마술피리’ 등도 호평받았다. 반면 부산에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공사가 지난달 돌연 중단됐다. 추진 10년 만인 지난 5월 어렵게 착공했지만 부산시가 재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운영 비용 등이 문제로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예술인들은 재검토 반대 성명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재정이 재검토 사유라면 5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한류 공연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은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공사 재개 여부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