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과시로 도배… 싫다 싫어" SNS 이용시간 확 줄었다

SNS 피로감 갈수록 확산
페북 이용시간 1년 반 새 40% ↓
네이버 밴드·카카오스토리도 ↓

정보유출·가짜뉴스 확산 등 끊이지 않는 논란에 이용자 감소
페북·트위터, 주가도 불안

나홀로 성장한 인스타그램
20~30대 여성이 핵심 이용자
읽기보다 '보는 콘텐츠' 시대
유튜브 급성장과 일맥상통

공유·댓글 기능 뺀 '브스코' 등 '대안 SNS' 속속 등장
“언젠가부터 글도 안 쓰고 ‘눈팅’만 했는데 의미 없잖아요. 수시로 스마트폰 확인할 일이 없어지니 홀가분해요.” 워킹맘 박선영 씨(43)는 올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꺼번에 탈퇴한 뒤 ‘자유’를 누리고 있다. 회사 사람 수십 명과 엮인 페이스북도, 시어머니와 친구를 맺어버린 카카오스토리도, 학부모 모임 때문에 가입한 밴드도 모두 지웠다. 그는 “처음엔 좀 허전했지만 막상 사는 데 불편한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 했다. 박씨 같은 사람이 늘면서 한국인의 SNS 사용시간이 급감하고 있다. 자기과시성 게시물과 광고로 범벅이 된 SNS에 대한 ‘피로감’이 퍼진 데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서비스로 대세가 바뀌고 있어서다. SNS의 전성기, 과연 이렇게 저무는 것일까.

페북·밴드·카스 줄줄이 적신호7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의 주요 SNS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시간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페이스북은 작년 1월 66억 분에서 올 7월 40억 분으로 1년 반 새 39% 급감했다.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스토리’는 같은 기간 11억 분에서 7억 분으로, 네이버의 ‘밴드’는 20억 분에서 18억 분으로 줄었다.
차양명 와이즈앱 대표는 “이용자 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사용시간이 빠진다는 건 심상치 않은 신호”라며 “사용시간 감소세가 한 번 굳어지면 반전시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 대표는 “출퇴근길 지하철을 관찰하면 이들 앱 이용자가 예전만큼 없고, 그나마 쓰더라도 손가락으로 넘기며 ‘눈팅’만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앞으로 이용시간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암시하는 통계지표도 줄을 잇고 있다. DMC미디어가 지난 5월 국내 SNS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 이용을 늘리겠다는 사람은 7.6%, 줄이겠다는 응답은 25%를 기록했다. 밴드와 카카오스토리 역시 더 쓰겠다는 사람은 9%씩에 그친 반면 덜 쓰겠다는 이용자는 각각 20% 안팎에 달했다.넘치는 따봉충·깨시민에 싫증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달 벌인 설문조사에서 국내 이용자들은 SNS 게시물이 ‘정보 공유’(29.8%)나 ‘일상 기록’(33.6%)보다 ‘자기과시’(36.7%) 목적이 강하다고 답했다.

인터넷에는 비뚤어진 SNS 문화를 조롱하는 신조어가 넘쳐난다. 관심받고 싶어 자극적인 글만 올리는 ‘따봉충(좋아요를 구걸하는 벌레)’이나 SNS에서만 정치·사회 문제에 깨어 있는 척하는 ‘깨시민’은 주된 비판의 대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일갈했다. 이 발언은 ‘트인낭’이라는 줄임말로 국내 누리꾼들에게 ‘명언’ 대접을 받는다.오영아 DMC미디어 선임연구원은 “SNS가 일상적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잡았지만 정보 유출, 가짜 뉴스, 지나친 광고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는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 주요 SNS 기업 주가 움직임도 불안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직후 20% 폭락하는 ‘쇼크’를 겪었다.

글 대신 사진·동영상이 대세다만 주요 SNS 가운데 인스타그램은 사용시간이 오히려 늘었다. 작년 1월 9억 분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 7월 18억 분에 달했다. 네이버 밴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30대 여성이 핵심 이용자여서 소비재 업체들의 ‘인스타 마케팅 전쟁’이 절정이다.

전문가들은 ‘읽는 콘텐츠’보다 ‘보는 콘텐츠’가 각광받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스타그램은 글 대신 사진과 짧은 동영상에 특화돼 있다. 유튜브가 급성장한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흐름에 대비해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이용자들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대안 SNS’를 표방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초 영미권에서 출시된 ‘베로(Vero)’는 광고를 절대 붙이지 않는 SNS로, 이용자가 어느 정도 많아지면 월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사진 앱 ‘브스코(VSCO)’는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의 기능을 모두 뺐다. 브스코 창업자인 조엘 플로리의 말이 인상적이다.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어를 얻기 위해 가짜 삶을 연출하지 마세요. 오로지 영감을 나누세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