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회사에 주차를 못하니 답답합니다"…BMW 고객의 '울분'

BMW 서울 강북 서비스센터 가보니
센터 방문 고객들, 안전진단 2시간 대기
직원들 '분주'…"점심도 굶었어요"
BMW 강북 서비스 센터. 전시장엔 손님들이 없고 20일 리콜 시행에 앞서 안전진단 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사진=김정훈 기자)
"회사에서 BMW 차량 주차를 막고 있습니다. 주차조차 못하니 답답할 지경입니다."

7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BMW 강북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보니 답답함을 토로하는 BMW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중년 남성 A씨(48)는 "회사는 물론 주차를 못하게 하는 곳이 늘어나다 보니 운행하기가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가족들이 함께 타고 가다가 화재가 날 경우를 대비해 당분간 혼자만 타야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2015년식 520d를 운행하는 그는 "같은 520d를 타는 회사 동료가 2명 더 있는데 한 명은 불안해서 운행 자체를 하지 않고 아내 차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정부) 판매금지라도 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520d를 타는 50대 박모 씨는 "안전 점검을 맡긴지 20분가량 지났는데,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직원한테 전달 받았다"며 폭염에도 센터 바깥에서 안전진단을 받는 차량을 지켜보며 속상해했다.
서비스 센터 바깥에는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BMW 차량들이 대기중이다. (사진=김정훈 기자)
BMW 강북 서비스 센터는 서울·경기 다른 센터와 비교하면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전시장 바깥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대략 10여대 정도. 무더위 속에 센터 직원들은 안전진단을 위해 대기중인 차량을 이동시키고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안전진단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이 여럿 보였다. 상담사들의 전화 통화는 끊이질 않았고 직원들은 센터를 찾은 고객 문의에 답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센터에서 일하는 김모 매니저는 "아침부터 현재까지 대략 50여대 정도가 안전진단을 받았다"며 "오늘 점심도 못 먹고 일하고 있는데 야간 근무자와 교대를 하기 전까지 언제 퇴근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BMW코리아는 오는 20일부터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교체와 EGR 파이프를 클리닝하는 리콜을 시행한다. 이날 서비스 센터를 방문한 차주들은 리콜에 앞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BMW측이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받았다.

BMW코리아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콜 대상 차량 10만6000여대의 신속한 진단을 위해 전국 61개 서비스 센터 및 리콜 전담 고객센터를 24시간 운영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4만740대의 안전진단을 끝마쳤다.

안전점검을 받고 주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은 차주들도 마음 편히 운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BMW 독일 본사와 한국법인에서 EGR 결함이 맞다고 확인했으나 동일한 부품을 쓰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화재가 잇따른 이유에 대해선 명쾌하게 밝히지 않아서다. 여기에 한국소비자협회가 차량 및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송지원단을 꾸리는 등 차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확산될 조짐이어서 BMW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