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군기 잡기' 나섰나… 학계에 "애국심 고취하라"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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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1인 체제' 지식인 불만 커지자 이데올로기 통제 강화
"당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낡은 사고방식 통할지 의문"대외적으로는 무역전쟁, 대내적으로는 '백신 스캔들'의 이중고를 겪으며 위상이 흔들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심을 내세워 지식인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섰다.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조직부는 최근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기업 등에 보낸 지침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분투할 것을 주문했다.
이 지침은 "사상적, 정치적 정체성을 당과 국가가 확립한 목표에 맞출 것"을 요구하면서, 대학과 연구소 등이 애국심을 연구하고 논의할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
연구와 직업훈련 등에서도 '애국심 고취'를 핵심적인 부분으로 삼고, 오지의 빈곤지역과 혁명 유적지 등을 탐방해 사회 연구와 정책 제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시 주석은 물론 중국의 관영 매체도 애국심 고취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최근 시 주석은 중국 최동단 섬을 30여 년간 지키다가 숨진 왕지차이(王繼才)를 기리면서 "우리는 이런 애국정신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새 시대 투쟁가의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애국심 교육이 최근 수년 새 시들해진 결과 많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애국심 고취 운동이 일어난 배경에는 당과 시 주석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식인의 이반을 두려워한 일종의 '군기 잡기'라는 얘기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통상적으로 당의 지도력에 대한 충분한 지지가 없을 때 애국심을 요구하기 마련"이라며 "'국가를 사랑하라'는 말은 곧 '당을 사랑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중국 난징(南京)대의 구쑤 교수는 "최근 두 달 새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전에 감히 할 수 없었던 과감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덩샤오핑 정책으로의 회귀를 주장한다는 것은 중국 지식인들이 시 주석의 국정 방향에 상당한 불만과 우려를 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오쩌둥(毛澤東)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은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1인 독재를 피하고자 했으며,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고,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환호하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계심을 일으켜 무역전쟁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이 유통돼 영유아에게 접종된 '백신 스캔들'이 터져 중국이 국력 증대에 걸맞은 사회 복지와 법치 체계를 갖췄느냐는 의구심이 터져나왔다.
이러한 의구심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은 최근 쉬장룬(許章潤) 칭화(淸華)대 법학원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었다.
쉬 교수는 이 글에서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독재 회귀를 경계하고 개인숭배를 저지하며,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중국 지식인의 불만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중국 공산당의 애국심 고취 운동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 없이 "무조건 당에 충성하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통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는 "지식인들은 '조용한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으며, 단지 (애국심 고취 운동을) 하는 시늉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당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낡은 사고방식 통할지 의문"대외적으로는 무역전쟁, 대내적으로는 '백신 스캔들'의 이중고를 겪으며 위상이 흔들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심을 내세워 지식인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섰다.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조직부는 최근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기업 등에 보낸 지침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분투할 것을 주문했다.
이 지침은 "사상적, 정치적 정체성을 당과 국가가 확립한 목표에 맞출 것"을 요구하면서, 대학과 연구소 등이 애국심을 연구하고 논의할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
연구와 직업훈련 등에서도 '애국심 고취'를 핵심적인 부분으로 삼고, 오지의 빈곤지역과 혁명 유적지 등을 탐방해 사회 연구와 정책 제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시 주석은 물론 중국의 관영 매체도 애국심 고취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최근 시 주석은 중국 최동단 섬을 30여 년간 지키다가 숨진 왕지차이(王繼才)를 기리면서 "우리는 이런 애국정신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새 시대 투쟁가의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애국심 교육이 최근 수년 새 시들해진 결과 많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애국심 고취 운동이 일어난 배경에는 당과 시 주석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식인의 이반을 두려워한 일종의 '군기 잡기'라는 얘기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통상적으로 당의 지도력에 대한 충분한 지지가 없을 때 애국심을 요구하기 마련"이라며 "'국가를 사랑하라'는 말은 곧 '당을 사랑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중국 난징(南京)대의 구쑤 교수는 "최근 두 달 새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전에 감히 할 수 없었던 과감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덩샤오핑 정책으로의 회귀를 주장한다는 것은 중국 지식인들이 시 주석의 국정 방향에 상당한 불만과 우려를 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오쩌둥(毛澤東)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은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1인 독재를 피하고자 했으며,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고,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환호하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계심을 일으켜 무역전쟁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이 유통돼 영유아에게 접종된 '백신 스캔들'이 터져 중국이 국력 증대에 걸맞은 사회 복지와 법치 체계를 갖췄느냐는 의구심이 터져나왔다.
이러한 의구심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은 최근 쉬장룬(許章潤) 칭화(淸華)대 법학원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었다.
쉬 교수는 이 글에서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독재 회귀를 경계하고 개인숭배를 저지하며,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중국 지식인의 불만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중국 공산당의 애국심 고취 운동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 없이 "무조건 당에 충성하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통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는 "지식인들은 '조용한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으며, 단지 (애국심 고취 운동을) 하는 시늉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