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대규모 투자·고용 약속…경제 살리기 '마중물' 될까

김동연 부총리, 작년말부터 '현장 순회'…'투자 구걸' 논란도
"대기업 자기성찰·관행 탈피하고, 정부는 규제혁신으로 화답해야"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대기업 현장 방문'의 5번째 성과물이다.그 과정에서 이른바 '투자 구걸', '기업 팔 비틀기' 등의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요 그룹은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최근 경제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물론 발표된 계획 가운데는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이나 채용 일정도 상당 부분 포함됐지만 경제활력을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삼성, 현대차, SK, LG, 신세계 등 5개 그룹이 잇따라 내놓은 투자는 단순 액수만으로 3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한해 국내총생산(약 1천800조원)의 20% 가까운 액수다.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고 투자 기간도 서로 다르지만 엄청난 수치인 셈이다.삼성전자는 3년간 미래성장사업을 중심으로 무려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1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들 그룹의 투자 대상은 주로 '신성장 동력'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투자와 연계된 고용 계획도 삼성전자의 향후 3년간 4만명을 비롯해 ▲ 현대차 5년간 4만5천명 ▲ SK 3년간 2만8천명 ▲ LG 올해 1만명 ▲ 신세계 연간 1만명 등 적지 않은 숫자다.

이밖에 이들 5대 그룹은 약속이나 한 듯이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방안을 일제히 내놨다.

'재벌 개혁'과 '동반성장'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업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에서는 김 부총리의 '대기업 현장 순회'를 계기로 발표된 투자·고용 계획이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과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아울러 대기업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도 규제혁신 등으로 기업과 국가 경제가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단체로 부상한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을 늘리는 길은 규제 혁파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