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다시 시험대 오른 최종구의 뚝심

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후인 지난해 7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적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핵심 과제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로부터 ‘적폐’로까지 몰리던 사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최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금융위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후에도 틈날 때마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평가받는 참여연대로부터 ‘적폐세력’으로까지 공격받았지만 최 위원장은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 사안으로 논의할 예정이던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시민단체 반발로 취소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 최 위원장의 이런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최 위원장이 시민단체 압박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규제 개혁에 나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 위원장의 뚝심이 평가받으려면 앞으로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완화와 함께 대표적인 규제 개혁 사안인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도 사실상 최 위원장에게 주어진 과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는 행정안전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최 위원장은 금융산업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는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 완화에 버금갈 정도로 거세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최 위원장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은산분리 완화에 이어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라는 성과까지 얻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