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세력이 반대한 '銀産분리 완화'도 추진… 문 대통령이 달라졌다
입력
수정
지면A5
속도내는 규제개혁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규제 혁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개혁 현장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 완화를 지시했다. 참여연대 등 지지세력이 반대해온 내용이라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공약 파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금융산업 선진화는 대선 시절 공약”이라고 해명했지만 규제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이 180도 달라진 건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0도 방향 바꾼 문 대통령…규제혁신 드라이브
현장 갈때마다 의지 강해져
"공정에 대한 신뢰없어 규제"
→"규제혁신 혁명적 접근"
발언강도 세지며 혁신 주문
휴가 뒤 첫 일성도 "규제개혁"
작년말부터 현장행보도 늘려
靑 새 경제라인 효과 해석도
지지세력 반대 극복이 관건
◆문 대통령, 규제개혁 발언 수위 세져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규제를 언급한 건 지난해 6월27일 국무회의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규제 철폐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공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규제하게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도 규제 개혁을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눈을 돌린 건 ‘혁신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시점부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혁신성장 개념이 상대적으로 덜 제시됐다”고 밝혔다. 두 달 뒤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했다. ‘혁신성장=규제 개혁’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한 건 이때다.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규제 혁신은 정부 부처와 정치권,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한 발을 나아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규제혁신토론회)”고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6월27일 각 부처에서 마련한 규제혁신안을 보고받은 뒤 “답답하다”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회의 시작 3시간 전 취소하는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여름휴가 전후로 규제 개혁 방안에 골몰했다. 휴가 전인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고, 휴가 복귀 후 처음 주재한 수보회의에선 “실사구시적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靑 “혁신성장의 성과 필요”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에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취임 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앞으로는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가 규제 개혁의 적기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현장 행보를 늘리면서 규제 혁파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중국 순방 때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모바일 결제를 체험한 사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 등 새로 바뀐 청와대 경제라인의 시너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수석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규제 개혁을 맡았다. 일자리수석으로 승진 임명된 뒤에는 산하 중소기업비서관이 중소벤처비서관으로 바뀌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담당하게 됐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 수석이 추진력 있게 문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평”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의 조율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달리 기재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정책 집행에 속도가 난다는 분석이다.문 대통령이 개인정보 활용, 원격의료 등 산적한 규제 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지지세력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여야는 이날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