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정책 리스크·고유가에 발목… 기업들 "3분기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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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증가세 제동 걸린 한국기업작년 2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20.64%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바뀌었다. 주요 기업이 거의 다 실적 발표를 마친 8일 기준으로 보면 8%대로 낮아졌다. 증권업계에선 “작년에 워낙 기업 이익이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사 2분기 실적 둔화
영업이익 감소한 기업 비율 5년來 가장 높아
반도체와 함께 수출 이끌던 화학社 실적 악화
美 금리인상 → 신흥국 불안 땐 '퍼펙트 스톰'
하지만 글로벌 무역전쟁 등 올 들어 나타난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변화가 아니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분기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상돼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덮치는 ‘퍼펙트 스톰’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어닝 쇼크 기업도 30%
2분기 실적을 발표한 220개 상장사 중 작년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81개(36.82%)다. 전체 상장사에서 영업이익 감소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5개년 가운데 가장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발표 전 증권사 추정치보다 10% 이상 영업이익이 적게 나온 ‘어닝 쇼크’ 기업도 분석대상 124개 중 30.64%(38개)에 달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들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 번째는 글로벌 무역전쟁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원자재 수요 감소 우려가 높아져 구리 아연 등 원자재 값이 떨어지자 고려아연과 풍산이 타격을 입었다. 두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181억원과 598억원으로 12.2%와 47.2% 감소했다.국내 정책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도 있다.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보안 요원을 대거 확충한 에스원은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13.1% 줄어든 445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폭 강화된 부동산 규제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LG하우시스와 삼성카드 등에 타격을 입혔다. LG하우시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9.3% 줄어든 186억원, 삼성카드의 2분기 순이익은 17.7% 감소한 828억원에 그쳤다.
화학업체들은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가 3월 말 배럴당 64.94달러에서 6월 말 74.15달러로 급등하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LG화학과 코오롱플라스틱의 영업이익이 각각 3.2%, 4.0% 감소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공급 확대가 이어지면서 지난 4년간 계속된 화학업종 호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5대 수출업종 중 IT와 함께 수출 증가를 견인한 화학업종이 꺾이면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2분기 IT기업들은 대체로 실적이 좋았다. IT 업종 내 주요 종목이 이익 증가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55억원에서 올해 1528억원으로 27.7배로 급증해 전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유니테스트(266.7%) 삼성전기(192.6%) 실리콘웍스(61.5%) 등도 성적이 좋았다.‘먹구름’ 몰려오는 3분기
증권업계에선 “지난 2분기에 약하게 나타났던 국내외 악재가 3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이 버텨주고 있지만, 기업이익 증가 둔화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하반기 악재 중에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을 가장 큰 변수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대에 안착하면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신흥국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 한국 기업들은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체시장마저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하반기 내내 내수기업 실적을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와 여당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편의점 가맹 수수료 등에 손을 대려 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강화되면 관련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