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간·폐 이어… 손·팔 이식도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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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세부지침 마련손과 팔 이식수술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손이나 팔이 절단된 채 생활하는 장애인 7000여 명이 합법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게 됐다. 간·심장 등 목숨을 살리는 이식수술 항목에 손·팔이 추가되면서 장기이식 범위가 생명을 연장하는 수술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수술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질병관리본부는 이식 가능한 장기 등의 범위에 손·팔을 포함했다고 9일 발표했다. 2000년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손·팔은 말초혈과 함께 14번째 이식 가능한 인체 기관이 됐다. 보건당국은 사고나 병으로 손·팔을 잃은 사람들이 이식수술을 받으면 칫솔질, 신발끈 묶기, 옷 단추 잠그기, 운전 등의 일상생활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이식을 원하는 사람은 장애진단서와 함께 정신질환이 없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서를 받아 이식대기자 등록을 하면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손·팔은 외형적인 부분인 데다 신경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이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가족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술비 수천만원…건보적용 검토
이식 대기자 등록 하려면 정신질환 없다는 소견서 필요
이날 발표한 이식 기준에 따라 양팔이 없는 사람이 먼저 이식받을 수 있다. 대기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면 피부색, 손·팔 크기, 대기 기간, 삶의 질 개선 정도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기증 조건도 달았다. 심장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만 손·팔을 기증할 수 있다. 기증을 마친 시신에는 손·팔 모형의 보형물을 붙이도록 했다. 장기와 달리 밖으로 보이는 기관이기 때문에 유족을 배려해서다.
손·팔 이식은 팔에 있는 힘줄과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모두 잇는 까다로운 수술이다. 1998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도했지만 면역거부반응으로 실패했다. 1년 뒤 미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세계에서 1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지난해 2월 우상현 대구W병원장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국내 최초로 팔 이식수술을 했지만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두고 논란을 빚었다. 인체조직법은 혈관, 피부 등을 이식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팔 이식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법적 문제는 해결됐지만 치료비 부담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인 손·팔 이식수술비는 5000만~7000만원 정도다. 수술 후 매달 100만원 정도의 면역억제제 비용이 추가로 든다. 보건복지부는 손·팔 이식수술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해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안면, 자궁, 음경 이식수술 등도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