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관계 고민 있다면 적절한 '거리두기'부터

마음아, 넌 누구니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금전문제, 건강문제, 학업문제, 인간관계 문제 등이 대부분이다. 이 중 가장 풀기 어렵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인간관계다. 직장인이 겪는 스트레스의 상당수는 일 때문이 아니라 직장상사나 동료와의 문제다.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모르니 매번 상처받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사소한 마음문제가 심해지면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 등 신경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음에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신경정신과나 상담센터 문을 두드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여성 및 청소년·아동 심리상담과 문화 치유에 집중해 온 박상미 경찰대 교양교육 교수는 《마음아, 넌 누구니》라는 책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마음 근육’이라는 용어를 꺼낸다. 우리가 몸의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거나 관절을 움직이고 힘을 쓰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 있는 마음 근육 역시 꾸준히 기르지 않으면 불안과 우울이 찾아와 쉽게 마음이 노화된다는 것이다. 몸 근육이 몸의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열량 소비를 활발히 하듯 마음 근육도 관계를 살리는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관계, 연애와 사랑, 생각과 감정, 상처, 삶 등 마음 상태의 여러 종류 가운데 ‘관계’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모든 사회생활의 시작이자 개인이 마음을 쓰는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상담하면서 접한 각종 사례를 들어 비난받거나, 험담을 들을 때, 싸움을 피하기 힘들 때 해야 할 마음쓰기 방법을 제시한다.

일반적 관계나 연애, 친구, 가족 간 문제 등 고민에 대해 책이 제안하는 해결책의 상당수는 ‘거리 두기’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맞받아치지 말고 ‘당신의 비난이 옳은지 내가 판단하고 평가하겠다’고 마음먹는다거나 나를 험담하는 사람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에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 힘 빠지게 하는 식이다.이 밖에 부부싸움 후엔 1시간 동안 각자 생각하며 마음 다잡기, 소문에 쉽게 동조해주거나 리액션하지 말기, 관심받길 원하는 소시오패스에겐 무미건조하게 대하기 등이다. 모두 상대와의 시간적 거리, 물리적 거리, 감정적 거리를 조금 멀리 두는 식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관계의 죽음도 죽음이다. 이 때문에 애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타인의 감정에 휩쓸려 ‘욱’하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내가 내 마음의 주체가 돼 냉철하게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하는 관계의 문제나 평생을 겪는 사랑과 이별의 문제, 인생 전체를 의미 있게 만드는 삶의 문제까지 책 전체를 꿰뚫는 한마디다. (박상미 지음, 한국경제신문 한경BP, 304쪽, 1만4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