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은 김경수-드루킹 '킹크랩' 진실은

특검, 밤샘 대질신문
킹크랩 인지 놓고 치열한 공방
송인배·백원우 조만간 소환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9일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드루킹(김동원·49)’을 동시 소환해 대질신문을 했다. 수사 종료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대질신문을 통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특검은 이날 수사를 바탕으로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주요 관계자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30분 네이버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김 지사를 재소환했다. 드루킹 댓글조작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 전인 올해 초 드루킹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일본 센다이총영사직을 제의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김 지사가 특검에 출석한 지 11시간 만인 오후 8시30분께 드루킹과의 대질신문이 시작됐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댓글 공작의 ‘지휘자’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고, 김 지사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오사카총영사 인사청탁 불발을 계기로 서로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매크로(자동 반복 실행)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불법 댓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지사는 “당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조직도만 봤다”며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당시 현장 사진과 폐쇄회로TV(CCTV) 등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특검이 대질신문을 통해 김 지사 방어 논리의 허점을 밝혀내면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커진다. 대질신문에서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불구속기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확실한 증거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면 오는 25일 종료되는 특검 수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기 때문이다.

김 지사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특검은 조만간 송 비서관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송 비서관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송 비서관은 2016년 드루킹으로부터 강연료 명목으로 200만원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 드루킹이 오사카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61)를 면담한 바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