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야기' 북상 중…가뭄 극심 제주에 단비 뿌려줄까

7월 강수량 평년 13%에 그쳐…농민 "효자 태풍 돼주길"

제14호 태풍 '야기'가 제주 쪽으로 북상한다는 소식에 가뭄으로 속이 타들어 가는 농민들이 단비를 뿌려주고 가길 고대하고 있다.
10일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야기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94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19m의 약한 소형 태풍이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580㎞ 해상에서 시속 5㎞ 속도로 서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태풍이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서해를 거쳐 북한에 상륙하는 것으로 예보됐다.태풍이 제주도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은 12일 오후 11시∼자정께로 예상된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몰고 와 엄청난 피해를 남기기도 하지만 가끔 적정한 양의 단비를 뿌려 해갈을 돕고 더위도 식혀준다.

바닷물을 뒤섞어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이 때문에 여름철 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릴 때면 '효자 태풍'을 기대하곤 한다.
과거에도 태풍이 더위와 가뭄을 해소해준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기승을 부린 1994년 여름 잇따라 찾아온 태풍 '월트', '브랜던', '더그' 등이 효자 태풍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폭풍을 동반하지 않고 찾아온 월트는 타들어 가던 남부지방에 단비를 뿌리고 소멸했다.

더그도 큰 피해 없이 남부지방 더위를 식혀줬고 해갈에도 일부 도움이 됐다.

브랜던의 경우 갖가지 피해를 남긴 반면 많은 비를 뿌려 해갈에 도움이 됐고 더위도 잠시나마 잠재워줬다.

2004년 8월 태풍 '메기'도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가뭄을 해소하고 연안의 바닷물을 휘저어 마을어장을 위협하던 저염분수를 사라지게 하는 등 효자 노릇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사례를 봐도 어승생 1·2저수지와 주요 취수원인 삼양, 외도, 이호, 강정수원지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한라산 윗세오름에 많은 비를 뿌리고 간 태풍들이 있었다.

2015년 7월 11일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태풍 '찬홈' 영향으로 한라산 윗세오름에 1천432.5㎜의 많은 비가 내렸고,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태풍 '나크리' 영향으로 윗세오름에 8월 1∼3일 1천480㎜(2일 하루 1천182㎜)가 쏟아져 백록담을 가득 채웠다.
올해도 제주에는 한 달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심화하고 있어서 효자 태풍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7월 제주도의 강수량은 36㎜로, 평년 274.9㎜의 13.1%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제주와 서귀포 두 지점 모두 기상관측이 이뤄진 1961년 이후 2013년 16.8㎜에 이어 2번째로 적은 것이다.

7월 강수일수도 6일에 그쳐 역대 3번째로 적었다.

당근, 콩 등을 심어야 할 밭이 메말라 파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라산 백록담은 물이 거의 말라 바닥을 다 드러냈다.

향후 1∼3개월 전망을 봐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 태풍 영향으로 비가 충분히 내려 메말라가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제주도가 이번 태풍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비가 얼마나 많이 내릴지에 대한 기상청 예보는 발표되지 않았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고 강한 일사에 지형효과가 더해져 대기 불안정이 강화되면서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예보는 있었다.

오는 12일에는 남동풍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지형효과가 더해져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더위는 계속돼 낮 최고 33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해상에는 오는 12∼13일 제주도 전 해상에서 물결이 2∼4m로 매우 높아지고,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가 태풍 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예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태풍 발달과 이동 경로 등에 따라 예보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야기(YAGI)는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염소자리를 의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