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달력보며 수시로 '시력 체크'… 실명 부르는 망막 질환 예방 지름길"

김종우 김안과 망막병원장
“생활패턴이 바뀌고 진단 장비가 발전하면서 망막 질환 진단과 치료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치료 못하는 질환이라는 편견도 많이 깨졌죠. 초기에 망막 질환을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시력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종우 김안과병원 망막병원장(사진)은 “큰 달력 숫자처럼 집안에 특정한 글씨를 정해 수시로 보다가 시력이 떨어진다는 기분이 들면 병원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안과병원은 2008년 국내 처음으로 망막병원을 열었다. 올해로 10년이 됐다. 그동안 망막병원에서 치료한 환자는 129만4000명이다. 수술은 10만9667건 했다. 매일 병원을 찾는 환자만 600여 명이다. 김 원장은 2010년부터 망막병원 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김 원장은 1986년 김안과병원에서 개인병원으로는 처음으로 망막과를 열었다. 대학병원들도 망막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때다. 주변 안과 의사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며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수시로 해외 병원 연수를 다니며 수술법을 익혔다. 국내에는 망막치료를 위한 의료기기도 제대로 수입되지 않던 때다. 미국 학회에서 직접 의료기기상과 가격 흥정을 하며 기기를 사왔다. 눈 속에 파이프를 넣어 레이저 치료를 하는 기기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환자를 한두 명 치료하면서 ‘망막질환은 수술해도 앞을 보지 못하는 병’이라는 편견을 깼다.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몰렸다. 이제는 전문의만 19명이 근무하는 국내 하나뿐인 망막병원으로 성장했다. 김 원장은 “국내 망막환자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노력해준 직원들의 공이 크다”고 했다.

2001년 김안과병원 부원장으로 지내던 김 원장은 DHL(의사 간 핫라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안과 의사들 모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안과의원에서 큰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할 때는 대개 동문 대학병원으로 의뢰하는데 담당 교수가 있는지, 언제 진료를 보는지 등은 알기 어렵다”며 “의사들이 언제든 전화해 환자를 의뢰할 수 있는 창구를 설치했다”고 했다. DHL을 통해 김안과병원 의사들이 24시간 진료 의뢰를 받도록 했다. 지금은 506개 협력병원에서 한 해 8000여 명의 환자를 의뢰하는 규모로 커졌다.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의뢰해 수술이 끝나면 다시 동네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하고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망막 환자 유형도 바뀌고 있다. 1980년대 망막 환자는 대부분 공장 등에서 일하다 눈을 다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고 근무 환경이 바뀌면서 이 같은 환자는 점차 줄고 있다. 대신 당뇨 때문에 망막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당뇨 망막병증,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혈관폐쇄, 황반변성 환자가 늘고 있다. 김 원장은 “망막 질환은 주로 고령층에게 많이 생기는데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여기다 초기 치료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후배 의사를 양성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에 더욱 신경 쓸 계획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은 결국 양질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인데 김안과병원에는 데이터가 많다”며 “이를 어떻게 양질의 데이터로 바꾸느냐가 숙제”라고 했다. 줄기세포 기술을 가진 연구진과의 협력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선진국과 인력 교류를 통해 기술을 배워왔다면 앞으로는 우리보다 진료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와 인력 교류를 해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