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장관 지역구 봐주기'라던 일산의 한숨…"집값이 바닥 뚫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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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집값 하락세…1년 전 '과열 우려' 무색경기 일산신도시 집값이 올해 내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시세가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걱정할 때완 상황이 딴판이다. 이젠 조정지역 해제를 거론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체지역 개발·공급 증가…"조정지역 해제돼야"
◆나홀로 ‘신저가’ 행진15일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고양 일산동 ‘후곡14단지청구아파트’ 전용면적 101㎡는 이달 4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시세가 1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봄만 해도 4억5000만~4억6000만원 선을 넘겨 거래됐지만 요즘 집값은 지난해 연초 수준이다. 인근 ‘후곡15단지건영아파트’ 전용 58㎡ 역시 거래가격이 2억7000만원 선까지 하락했다. 연초엔 3억원을 넘겨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주변 다른 단지들의 시세도 미끄러지는 중이다. 탄현동 ‘탄현8단지동성아파트’ 전용 101㎡는 이달 2억5500만원에 실거래돼 연초 대비 최고 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일산임광진흥아파트’ 전용 124㎡는 올해 최저가인 3억3750만원에 최근 손바뀜했다. 탄현동 A공인 관계자는 “한달에 한두 건 거래하면 다행”이라며 “매수인이 좀체 나타나지 않는 데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 요즘은 전세입자 맞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중산동 ‘중산마을8차삼성아파트’와 ‘중산2단지코오롱아파트’ 역시 같은 기간 2000만~3000만원 정도 집값이 내려앉았다. 지하철 3호선이 가까운 주엽동 ‘문촌17단지신안아파트’ 전용 134㎡도 지난달 6억9000만원에 팔려 연초 거래가에 미치지 못했다. ‘풍동5차성원아파트’는 지난해 수준 가격에 거래되면서 그나마 선방했다.가좌동 아파트값은 아예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가좌마을7단지꿈에그린’ 전용 101㎡는 이달 3억5700만원에 팔려 2013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바로 옆 ‘위시티5단지블루밍’ 전용 123㎡도 3년 전 수준인 5억32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조정지역 해제돼야”
일산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폭이 가장 컸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한국감정원에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각각 0.26%와 0.48%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으로 집값이 떨어졌다. 일산과 비슷한 시기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 대부분이 같은 기간 동안 집값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일산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간 1~2% 안팎 나홀로 내리막을 걷는 동안 ‘동기’인 분당신도시 집값은 10%가량 상승했다. 같은 고양시 안에서도 덕양구는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일산과 차이를 보였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한시라도 빨리 해제돼야 한다고 성토한다. B공인 관계자는 “킨텍스 주변 일부 새 아파트 분양권 가격만 꿈틀했을 뿐인데 규제는 고양시 전체가 받고 있다”면서 “분위기가 식었는데 세금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이어서 거래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승장에서 일산만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조정지역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고양시 전역에선 올해 연말까지 6033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하지만 내년엔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1만34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 3년 동안 고양시에 공급된 아파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서울 서부권에서 일산을 대체할 만한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는 것도 일산 집값 약세의 요인이다. 또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삼송·지축·향동 등 택지지구가 개발된 것도 일산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는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접근성이 훨씬 뛰어난 지역들의 공급이 늘어나는 게 집값 약세의 요인이 됐다”면서 “경기 남부 신도시와 비교하면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두드러지면서 전반적으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