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살인적인 샌프란시스코 임대료, 연봉 1억도 저소득층으로 밀려

원룸 아파트 月 임대료 3300달러…뉴욕보다 높아
고급 일자리 많은 게 원인…주택 스타트업 '속속'
한경DB
미국 샌프란시스코 임대료가 점입가경이다.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가 월 3334 달러(약 373만원)에 달할 정도다. 이런 점에 착안해 변두리 호텔 방을 빌려 전대(轉貸)하거나 단독주택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해 재임대하는 신종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다.

◆살인적인 임대료 미국 임대정보업체인 ‘렌트 정글’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7월말 기준으로 월 3334 달러(약 373만 원)다. 임대료가 높기로 악명높은 뉴욕의 같은 조건 원룸 임대료 2956 달러보다 높다.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비싼 셈이다. 투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평균 4602달러다. 전체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월 3738달러다. 임대료가 너무 높다보니 4인 가족 기준 연봉 1억3000만원은 저소득자로 간주돼 정부에 주택보조를 신청할 수 있다.

이처럼 임대료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주변에 고급 일자리가 많아서다.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실리콘밸리는 ‘베이 지역’으로 불린다. 베이 일대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주요 IT기업의 실적은 호조세다. 실적과 성장세에 힘입어 애플은 미국기업 중 처음으로 주식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현지 매체들은 “유명 IT기업에 다니는 청년층은 도심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연봉이 높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IT 인재들이 꿈을 좇아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임대료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벤처 캐피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점도 임대료 상승 원인으로 꼽혔다. 자금유입→연봉상승→임대료 상승의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패션 관계자의 유입도 크게 늘어 높은 집세에도 임대가 잘 된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신종 비즈니스 탄생

일본 NHK에 따르면 임대료 폭등을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주택 스타트업(신생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주택 스타트업인 ‘허브하우스’는 큰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 방을 여러개로 나눈 후 임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마테오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경우 20대에서 50대까지의 남녀 8명이 함께 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니킬 쟈더브(28)는 지난 4월부터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주방이던 공간을 침실로 쓰고 있다. 얼마전까지 월 24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았지만 이곳의 임대료는 전에 살던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 출신인 그는 요가를 좋아해 요가 매트 위에서 잔다. 목욕탕과 화장실은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쓴다. 그는 “모두 같은 시간에 화장실을 쓰려할 경우 등을 빼곤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그의 연봉은 1억1000만원이 좀 넘는다. 허브하우스 최고경영자(CEO)인 슐리티 머천트(24)는 룸메이트를 구하느라 고생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년전 회사를 설립했다. 마음 맞는 룸메이트를 짝지어 주고 전문 청소업자를 월 2회 불러 청소해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 지역에 30채 정도의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로스앤젤레스로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료 NHK 방송화면 캡쳐)
공동생활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스타트업도 있다. 일본인 나이토 사토시(28)가 창업한 ‘애니 플레이스(ANY PLACE)’란 스타트업은 호텔 방 하나를 1개월 단위로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호텔을 빌려 또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하는 것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소호텔에 빈방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신원을 확인한 후 호텔 대신 임대료를 받아 10%를 수수료로 뗀다.

호텔에서 사는 존 조이스(25)는 붙박이 다림질판 위에 PC를 올려 놓고 생활한다. 침대 하나가 놓여있는 작은 방에 책상이 없어서다. 월 39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옮겼다. 호텔방 월 임대료는 1650달러다. 욕실과 화장실이 방밖에 있어 불편하기는 하지만 주 2회 방청소를 해주고 아침식사가 포함돼 있어 만족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