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美·中 환율전쟁… 종착역은 '제2 플라자 합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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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은 앞으로도 쉽게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 간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인 데다 경제발전 단계 차이가 워낙 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쉽게 줄어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트롱 맨’들의 대립도 장애 요인이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계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이 약화되고 있는 점이다. GVC가 약화되면 세계 교역이 위축돼 중국과 같은 수출 지향적인 국가일수록 타격을 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4분기 성장률이 6.2%까지 떨어질 전망이다.중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약세 유도 등으로 완충 장치(airbag)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달러당 6.2위안대로 강세를 보였던 위안화 가치가 최근 6.8~6.9위안대에 진입할 정도로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출범 이후 달러 약세, 고관세 부과, 첨단기술 개발 견제 등을 동원해 중국을 옥죄어 온 트럼프 정부는 용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약세 유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위안화 약세 유도를 허용할 경우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적자 축소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위안화 평가절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학수고대해 온 관심사이자 과제다. 대선 기간 때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 공약을 지키지 못해 부담을 느껴 왔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한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국제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전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과 역할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런 여건에서 미·중의 무역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될 때마다 ‘상하이 밀약설(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밀약설이 합의가 될 때는 ‘협정’으로 변한다(플라자 밀약→플라자 협정).
한동안 잠복했던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해 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된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관건은 트럼프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대중국 무역적자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트럼프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최후의 버팀목이 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무려 0.75%포인트(p)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도 성장률이 목표 하단선인 6.5%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대폭적인 위안화 강세를 수용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위안화 약세를 과도하게 유도하다간 트럼프 정부와의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제2 플라자 합의’보다는 달러당 6.8위안 내외에서 ‘상하이 밀약설’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