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해주 식량기지의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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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안양시 두 배 크기 농장 조성…올 대두 등 국내 첫 수출
원재료부터 유통까지
공급망 일원화 완성
곡물 7000t 들여오기로
"연해주는 북방 진출 교두보
추가 농장 투자 나설 것"
◆공급망 수직계열화 완성블라디보스토크에서 ‘M60’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반가량 차로 달리면 극동 제2의 도시인 우수리스크가 나온다. 시내 외곽 미하일로프카에 롯데상사가 보유한 약 9917만㎡(3000만 평) 규모의 농장이 있다. 안양시 면적의 두 배다. 이달 초 기자가 방문한 미하일로프카아그로 사업소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할 물량을 처리하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최원보 롯데상사 연해주농장 법인장은 “최근 비가 계속 와 건조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트럭에 실은 곡물을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옮겨 뱃길로 한국에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처는 신송식품이다. ‘본국 수출’은 롯데가 작년 12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연해주농장을 인수하면서 전격 결정됐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현지 시장에 판매하는 데 주력해왔다. 곡물사업이 비주력 사업인 데다 한국에서 구매자를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롯데상사는 수출 물량을 계속 늘릴 예정이다. 원재료부터 최종 유통까지의 공급망 완성은 롯데의 오랜 염원이다. 최 법인장은 “롯데 계열사 등으로 판매처를 넓혀 생산량의 80%가량을 한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해주농장에서 올해 생산한 곡물은 콩 옥수수 귀리 3종으로, 3만850t에 달한다. 비(非)유전자 조작 곡물이라는 장점이 한국 소비자에게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게 롯데상사의 판단이다.◆북방 진출 교두보 확보
롯데그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서쪽으로 70여㎞ 떨어져 있는 자루비노항에 곡물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극동의 주요 항구에 곡물 전용 터미널을 갖춘 곳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최 법인장은 “항구에 곡물을 싣고 가면 이를 모두 내린 다음 다시 벌크선에 대형 주걱으로 담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호텔사업 역시 롯데그룹의 북방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작년 12월 연해주농장을 인수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인 현대호텔도 인수했다. 롯데로 상호를 바꾼 이 호텔은 지난달 19일 새롭게 개장했다.
우수리스크(러시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