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속가능한 대학특화협업센터
입력
수정
지면A32
김우승 < 한양대 에리카 부총장 wskim@hanyang.ac.kr >지난해 대학 정보공시에 의하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연구소는 4821곳, 전임 연구원은 3248명이다. 대학연구소당 연구원이 0.67명이다. 실제로 운영되지 않는 연구소가 많다는 의미다. 대학연구소는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생산·지원하는 데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연구소가 산업체로부터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의 기술 이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재정 사업을 하지만 기업의 기술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과 동시에 운영 부실화에 직면하는 연구소가 많다. 재정지원사업 종료 후 자립 방안을 사업 선정 시 평가항목으로 고려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부처별로 지정한 대학연구소 중 정부사업 종료 후 유지되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대학들은 기업에 도움이 되는 협력 활동을 추진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대학특화협업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업과 기관이 대학과의 협력을 위해 스스로 찾아오는 지속 가능한 센터가 돼야 한다.
미국 연구재단(NSF)의 대표적 산학협력프로그램인 I/UCRC(Industry/University Cooperative Research Center. 산학협력연구센터)는 시사점이 많다. 이 프로그램은 1972년 대학의 연구와 산업계의 혁신을 접목하고자 시작됐다. 산업계, 학계, 정부 간 장기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국가 연구 인프라 기반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지원 단계가 진행될수록 NSF의 지원은 점차 감소하고 I/UCRC에 가입하는 기업의 회비 확보 비중은 점차 증가한다. 사업 종료 후에는 회원 회비를 통해 자생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2016년 기준 70개의 I/UCRC 재원 총액의 약 58%가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이다. NSF 지원금은 18%에 불과하다. 센터로 선정되기 위한 최우선 요건은 정회원 회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자립화에 대한 지속 가능한 계획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연구센터 중에는 형태만 있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 죽어야 부활이 있다는 각오로 세밀한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인력 양성, 기술 개발 및 이전, 재직자 교육, 기술 정보 교환, 창업 등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갖춘 대학특화협업센터가 돼야 한다. 정부 사업비를 통한 산학 지원이 아니라 상호 협력이 이뤄지는 지속 가능한 대학특화협업센터를 만들기 위한 정부, 대학, 기업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