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용시간 줄이세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제 손발 묶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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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Index“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착취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 뇌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SNS 중독 조장" 비판에 이용시간 관리 기능 도입
쓸 시간 미리 설정도 가능
일각선 "큰 효과 없을 것"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숀 파커 페이스북 초대 사장이 SNS 중독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SNS 회사들이 자사 플랫폼에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려고 더욱 중독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 그 결과 SNS 중독 현상이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스마트폰과 SNS 중독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되자 페이스북이 이달 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용자들이 스스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앱에서 보낸 시간을 하루 또는 주간 단위로 이용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이용자 스스로 과다 사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과다 사용 방지를 위해 ‘사전 사용시간 설정’ 기능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하루 1시간 사용으로 설정했을 경우 이를 초과하면 푸시 알림을 통해 설정한 시간이 지났음을 경고한다는 것이다. 또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바일에서 푸시 알림을 일정 시간 무음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이용시간 관리 기능은 ‘대시보드’ ‘일일 알림 설정’ ‘푸시 알림 해제’ 등 세 가지 기능으로 이뤄졌다. 페이스북 앱에서는 설정 메뉴의 ‘이용시간’ 탭을, 인스타그램 설정에서는 ‘내 활동’ 탭으로 들어가 이용할 수 있다. 데이비드 긴즈버그 페이스북 리서치담당 이사는 “이 기능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와 통찰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이런 시도는 앞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양대 개발사인 구글과 애플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두 OS 개발사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스마트폰 중독방지 기능을 추가한 OS를 잇따라 발표했다.
애플이 공개한 최신 아이폰 운영체제 iOS12엔 특정 앱의 하루 사용 한도를 설정할 수 있게 한 ‘앱 리미츠’ 기능, 1주일 동안 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위클리 서머리’ 기능, 부모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아이폰 작동을 멈추게 하는 ‘다운타임’ 기능이 적용됐다. 구글이 내놓은 새 운영체제 ‘안드로이드P’도 어떤 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림은 몇 번 받았는지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쉬운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알게 하고, 불필요한 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대시보드의 역할이다.정보기술(IT)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장시간 사용을 노골적으로 유도해 온 업체들이 진일보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도 있지만, 그다지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의 시간 관리 기능은 데스크톱에선 쓸 수 없고 ‘페이스북 메신저’나 ‘인스타그램TV’ 같은 별도 앱에도 적용되지 않았다. CNN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지정한 시간을 초과해도 알림만 받을 뿐 앱이 종료되지 않아 사용자 의지에만 의존하는 한계가 있고, 1주일이 지난 뒤에는 이전 데이터를 볼 수 없어 행동 변화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