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첫 신약 임상… 성장판 더 넓혔다

日다케다제약과 급성 췌장염 치료제 공동개발

바이오시밀러 개발 노하우
2~3년 걸리는 글로벌 임상
기술 도입 1년 만에 착수
세포치료제로 영역 확대
임상 1상, 20일께 美서 시작

올해 예상 실적 7000억원
내년 수출 '1조 돌파' 기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그룹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임상시험에 나선다. 일본 다케다제약과 손잡고 급성 췌장염 치료제의 임상 1상을 오는 20일께 미국에서 시작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치중하던 삼성의 첫 신약 임상이다. 오는 10월에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출시한다.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해 신약 개발 도전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약 개발도 ‘속도전’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케다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급성 췌장염 치료제 ‘SB26’의 안전성과 적정 투여량, 투여주기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13일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미국에서 환자 6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급성 췌장염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은 10만 명당 24.2명, 영국이 5.4명꼴로 발병한다. 한국에서는 10만 명당 20여 명이 급성 췌장염에 걸린다. 치료제가 개발되면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케다제약과 지난해 8월 신약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불과 1년 만에 임상 1상에 착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물실험, 임상 설계, 시약 생산 등 임상 준비 절차에만 대개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베네팔리, 플릭사비 등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한 경험과 이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은 “세계 10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이 신약 개발 경험이 없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손잡은 것도 이런 경쟁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시장 선점 포석
SB26은 인체 추출 물질과 항체를 융합한 단백질로 췌장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술을 신약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약 임상을 계기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차세대 치료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CART-T(환자의 기존 면역세포를 활용한 항암제), 이중항체, 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등이 차세대 치료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가 바이오 신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줄기세포치료제 분야는 글로벌 제약사가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개발 성과가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바이오시밀러 주도권 잡겠다”

세계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하는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인 셀트리온과 함께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보유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사 애브비와 지난 4월 라이선싱 계약을 맺어 특허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링거인겔하임, 후지교와기린, 셀트리온 등과 경쟁하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이 올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 매출은 2억5430만달러(약 27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는 수출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램시마 등의 선전으로 지난해 수출 8000억원을 넘긴 셀트리온은 올해 1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단일 제약사의 연간 수출 1조원 돌파는 120년 국내 제약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한국 바이오시밀러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