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3시간30분간 화기애애… 조명균 통일부장관 "14일부터 정상회담 준비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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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정상회담, 9월 평양서 열린다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로 이뤄진 13일 남북한 고위급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가을 평양 정상회담’의 날짜와 방북단 규모 등 구체안이 발표될 것인지가 첫 번째다. 정상 간 만남의 의제 역시 관심거리다. 일각에선 북측이 경제협력과 관련해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워 우리 정부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충돌없이 끝난 고위급 회담
조명균 "9월 초는 힘들 듯"
北 이선권 "날짜 정해졌지만 기자들 궁금하게 하려 말 안해"
내달 남북 정상회담 의제론
한반도 비핵화 깊이있게 다룰 듯
"北南관계 장애물 해결 안 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 생길 것"
북한 측, 종결회의서 불만도
◆충돌 없이 끝난 고위급회담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담은 약 3시간30분 만에 신속하게 종료됐다. 순수 회담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첨예한 의견 대립은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 측 대표로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쌍방이 판문점선언의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가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9월 안에 평양에서 하기로 합의했다”며 “오늘부터 회담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 체육, 철도·도로,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판문점선언과 관련된 대화와 공동조사가 잘 이행돼온 것을 평가했다”며 “이행 과정에서 제기된 상호 간 좀 더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측이 지니고 있는 생각과 기대의 차이를 확인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을 시작으로 ‘6·12 미·북 정상회담’까지 숨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이날 주된 의제는 가을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 등을 최종 합의하는 것으로 집약됐다. 고위급회담 이전부터 여러 실무 경로를 통해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장소는 평양이 유력시됐으나 개최 시점은 ‘이르면 8월 말’이란 설(設)이 유력했었다.
이에 대해 북측 대표로 참석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9월 안에 진행된다. 날짜도 다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날짜를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 안 했다”고 답했다. 남북 양측은 이미 개최 날짜에 대해선 합의했으나 초청자인 북측의 사정을 감안해 확정 날짜를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북한은 창건기념일인 ‘9·9절’ 열병식 준비에 바쁜 상황이다.◆문재인 정부 중재외교 재시동
구체적인 정상회담 시기와 의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판문점선언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부적인 교류사업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 및 완전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번 ‘중재외교’에 시동을 걸긴 했지만 결과가 기대한 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일각에선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 재개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북한과 비핵화 관련 프로세스 없인 이에 응하기 어렵다는 우리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이 위원장은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남 사이 미해결되고 있는 문제,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북·남 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양측의 명단이 나왔을 때부터 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며 “우리 측에선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정무적 회담을 원했지만 북한에선 경제와 관련된 실무적 협상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문재인 정부의 중재도 중요하지만 북한과 미국 역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미국의 양해 없인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 및 경협 부활을 하기 어렵다는 걸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이미아/박동휘 기자 mia@hankyung.com